예비역대장 10여명 “연합사 능력 안다면 해체 상상 못할일”

  • 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 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10여 명, 벨 사령관 면담

역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대장 10여 명이 12일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직접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중단을 강력히 요청한 것은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연합사의 해체로 초래될 안보 공백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깊은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한미연합사의 능력과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벨 사령관을 비롯한 주한미군 주요 장성들을 만나 전시작전권 이양 반대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모임에 참석하기 전 ‘전시작전권의 환수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쟁수행 능력을 갖춘 한미연합사가 해체되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사를 키운 산 증인들”=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국방회관에서 열린 송년모임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장성들이 매년 주한미군 장성들을 초청해 이뤄지는 자리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역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대표로 한 인사말을 통해 전시작전권 이양에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한 참석자는 “미국과 함께 한미연합사를 창설하고 키워 온 산증인들로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데 대해 깊은 아쉬움을 미군 측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미연합사의 능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전시작전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 같은 무모한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역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들은 동석한 주한미군 장성들에게도 전시작전권 이양은 안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연합사를 해체하면 개전 초기 북한이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고 미군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군에서는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기류를 미군 측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 사령관은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선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벨 사령관은 내년 봄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에 해상 사전배치전단을 이용해 사상 처음으로 중무장한 미 증원군 1개 여단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최대 규모의 미군 전력을 참가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 강화는 다분히 전시작전권 이양에 따른 한국 내의 안보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위상과 역할=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임하는 한미연합사령관을 도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각종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유사시 원활한 연합지휘 체계를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또 전시에는 한미 연합사령관 예하의 한미 지상구성군 사령관도 겸하고 있다. 한국군 장성 중 한미연합사의 최고 전문가인 만큼 한미연합군의 구체적인 작전 능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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