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입…손학규

  •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1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올해 4월 외자 유치를 위해 독일 뉘른베르크를 방문했다가 환영 답례로 트럼펫을 불고 있다. 사진 제공 손학규 전 경기지사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올해 4월 외자 유치를 위해 독일 뉘른베르크를 방문했다가 환영 답례로 트럼펫을 불고 있다. 사진 제공 손학규 전 경기지사
“아무렇게나 이야기할 테니까 알아서 잘 써 주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직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 되는 동안에도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패널의 질문을 가로막고 끝까지 했다. 질문을 받다 말고 코를 풀러 몇 차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자유분방하고 서민적인 냄새가 났다.

하지만 손 전 지사 본인은 아직도 ‘귀공자’ ‘교수’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서울대 졸업장과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학위를 경매로 팔아 버렸으면 한다는 농담도 했다.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의 기억은 고스란히 가족에 대한 ‘빚’으로 남아 있었다. 손 전 지사는 “가정과 아내에게 빚 안 진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그 어려운 시간을 더 길게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도피생활을 할 때 부인이 돌도 안 된 아기를 업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가 아기가 설사로 탈진한 얘기를 했다. 그래서 ‘마누라’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며 웃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모든 일을 원 없이 재미있게 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교수 국회의원 도지사 장관 중에 뭐가 좋았냐고 물으면 ‘다 좋았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심지어 수배자가 돼 ‘도망’ 다니는 것도 즐겼다고 말했다. 운동의 심리에는 증오와 분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어려웠지만 기쁜 마음으로 했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그는 “젊은 시절엔 박정희 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했는데 (영국 유학 중) 밖에 나가서 보니 그 시대의 경제 발전은 객관적으로 인정해 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사람”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손 전 지사는 “능력보다 인간됨이 중요하다. 인간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결정은 혼자서 고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묻자 주저하다 50년 지기인 초등학교 동창 두 명의 이름을 꺼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팔을 잡아 앉히면서 대학 동창 한 명의 이름을 더 얘기했다. 그 친구가 신문을 보고 자기 이름이 없으면 서운해 할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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