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지사는 “민심대장정을 마쳐서인지 건강하고 서민적으로 보여 좋다”고 덕담을 건네자 “서울대 졸업장과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학위증이 거추장스러워 인터넷 경매에 올릴까 생각했다”고 가볍게 맞받았다.
그는 사무실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민심대장정 중에 하룻밤을 묵은 대구의 한 집 주인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준 것”이라며 “그런 소득들이 쏠쏠했다”고 말했다.》
○“국가는 기업 뒷바라지만 하면 돼”
―경기지사 시절 해외 투자를 많이 유치했다. 경제가 잘 되려면….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제대로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법질서 확립을 더하면 모든 게 잘 풀린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가 아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사회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다. 게다가 세계가 이제는 하나의 시장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원칙을 갖고 경제를 운영하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본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국가는 뒷바라지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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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어떤가.
“아직도 규제를 통해 국가가 배분하려고 한다. 선별적으로 법을 적용해 세계적인 기업 사장이 구속됐다가 나오고…. 정부가 권력을 남용한다. 국가는 (기업들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노사 관계도 법대로 운영해서 노사 문제 때문에 기업들이 겁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부는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를 위한 부분만 정책을 만들어 개입하고 나머지는 (집값이) 100억 원이든 200억 원이든 시장에 맡겨야 한다. 분양가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4배 높아졌으니 낮추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면제로 시장에 집이 나오게 해야 한다.”
―현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을 이어서 할 것인가.
“그렇다. 정치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가를 위해 경기지사 시절 찬성했다. 한나라당도 찬성해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됐고…. 국민 통합과 지역 상생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유치원, 고교도 공교육 편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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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시절 만든 영어마을은 요즘 적자로 사업을 축소하는데….
“기업도 경영자가 새로 오면 새 방침에 따라 (사업 방향을) 수정하고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영어마을 운영에 경기도의 재정 부담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새로 온 지사가 할 일이다. 영어마을을 통해 영어교육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영어교육이 공교육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마을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본인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영어마을은 영어 성적을 높이려고 만든 게 아니다. 우리가 세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언어는 문화 사회의 기본적인 인프라다.”
―연금 문제에 대한 생각은….
“연금(개혁)은 누가 해도 가야 할 길이다. 현 정부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세워졌다고 본다. 당장의 현실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교육 문제는 어떻게 보나.
“유치원 교육부터 공교육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중학교 의무교육에 20년이 걸렸다. 고교 의무교육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학비를 대 주는 미봉책보다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교육의 권한을 국가가 아닌 교육기관이 갖도록 바꾸고 학생들이 자율적인 선택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노사 문제에 대한 견해는….
“노동 유연성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마당’을 깔아 줘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사 문제는 제도보다도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통합의 리더십을 말한다. 이념적으로 한쪽에 서 있으면 양보와 타협이 불가능하다.”
○“시대정신 갖춰야 본선 경쟁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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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때가 가까우면 논의가 있지 않겠나. 지금은 절실하지 않다. 우리 정치라는 게 가까이 와야 실감이 나지 않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대선이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의 줄서기 폐해를 막기 위해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상당히 현실적인 얘기지만 이제 그런 정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 사이의 거래에 불과하며 국민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정치에서의 타협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지 정치인을 위한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어떻게 하든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 같은데….
“네거티브에서 안전하다는 수동적 접근보다는 적극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가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시대정신과 미래 비전을 가진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 시점의 시대정신이란….
“개인의 창의력을 키워 주고 넓은 세계로 어떻게 이끌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칭기즈칸은 ‘성을 쌓으면 망하고 길을 떠나면 흥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의 파탄은 아직도 1980년대식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발생했다. 그렇다고 거꾸로 과거로 돌아가자는 막연한 향수가 있는데 그건 안 된다. 하나를 더하자면 역시 평화다.”
○“6자회담에서 허수아비는 안 돼”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6자회담의 틀에서 풀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회담에서 허수아비처럼 앉아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터졌을 때 국제 공조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찾아야 했다. 이제는 북한이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되돌리는 게 핵심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한미와 한중 관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나.
“모두 우리에게 중요하다. 한중 관계를 공고히 한다고 한미 관계를 소홀히 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미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면서 한중 관계도 발전시켜야한다.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 같이 가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두 나라가 아직도 적대 관계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견해는….
“그 문제는 없었던 일로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이양 과정의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한미 관계를 복원한 뒤 심도 있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한미 양국의 국익에 모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연구할 것이다.”
―중국 일본과 얽힌 역사 문제의 해법은….
“서로 긴밀한 신뢰와 우호 관계가 형성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 동북공정 문제나 일본 신사 참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계속 대립하고 갈등하는 관계로 발전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함께 겸허한 자세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최고의 가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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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 국민은 정말 우수해서 숨통만 잘 틔워 주면 잘사는 나라,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지도자의 역할은 그 기운을 열어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치가 이런 기운을 억누르고 있었다. 서로 편 가르고 갈등하고 싸우고 하는 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온 길이 바로 그렇다. 진보와 보수, 지역 간 갈등 이런 것들을 아우르며 갈 수 있는, 화합하고 통합해 주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내 강점이다. 사람을 최고의 가치에 놓고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다양한 삶과 이념의 경험을 통해 통합을 이뤄 내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도 장점이다. 민주화 투쟁 때는 온몸을 던져 투쟁했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일했다. 그 뒤에는 넓은 세계로 나가 시야를 넓히고 경기지사를 하면서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경제 건설상을 보여 줬다. 이제는 통합만 남았다.”
―여당 영입설이 나오는데….
“내가 살아온 길과 처신을 보면 답이 나온다. 정도(正道)를 걸을 것이다. 간다, 안 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여당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한 생각은….
“이념적으로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책 대결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정계개편 논의는) 정치적 실패를 ‘구도’로 만회해 보려는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말로만 이념을 앞세우고 사실은 다시 지역주의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
―당내 경쟁 후보들의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다 훌륭한 분이다. 내가 평가하는 게 적절치 않고 예의도 아니다.”
인터뷰 패널
김차수 정치부장
권순활 경제부장
최영묵 사회부장
허문명 교육생활부 차장
정리=이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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