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떻게 하란 건지…”=선관위는 ‘언론 자유 침해’ 비판을 의식한 듯 공문에서 “선거와 관련된 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해 취재·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고유한 기능이며 취재·보도 형식도 언론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규정한 대담·토론회 형식만 아니라면 대선 후보에 대한 언론 인터뷰는 괜찮다’며 한 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인 것.
그러나 선관위는 무엇을 대담·토론 형태의 인터뷰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론기관이 입후보 예정자를 초청해 대담하고 일정 지면이나 방영(송)시간을 할애해 사회자 또는 질문자가 질문을 한 내용과 그 답변 내용을 게재하거나 방영(송)하는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18일 선관위로부터 대선후보 인터뷰 게재 중지 요청을 받은 매일경제 관계자는 “일문일답식으로 기사를 정리하는 게 문제라는 건지, 여러 명의 기자가 인터뷰에 참가하는 것이 문제라는 건지 선관위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도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과거 대선후보에 대한 인터뷰 기사 자료를 수집해 분류 작업 중”이라며 “21일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대선후보 인터뷰 기준을 논의한 뒤 각 언론사에 세부 기준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보도지침’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선관위 “우리도 난감”=19일에도 선관위의 ‘대선 후보 인터뷰 제한’ 조치에 대한 언론계와 정치권의 비판은 계속됐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도대체 선관위가 제정신이냐. 선관위는 언론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언론사의 대선 인터뷰는 선거 과열 분위기를 조장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자 국민의 알 권리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언론사들도 사설을 통해 “대선주자 인터뷰 금지는 알 권리 침해”라며 선관위의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선관위 측은 “우리가 만든 법도 아니고, 집행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가 해석한 대로 법을 집행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9월 선관위 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난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은 “이번 사안은 여러 접합점이 있어 두부 자르듯 판단하기 어렵다”며 “특정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대 대선 당시 선관위 고위직에 있었던 관계자는 “2002년에는 언론이 대선후보에 대해 취재 보도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고 법은 달라진 게 없다”며 “이번 조치가 무리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