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국민은 정권재창출 이유 인정않고 있다”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9일 본보와의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우리 사회에 증오의 냄새가 난다. 분열의 정치로 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9일 본보와의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우리 사회에 증오의 냄새가 난다. 분열의 정치로 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 서울클럽에서 만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5·31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6개월여 외유를 하면서 체중이 좀 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 지난 주말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5km 단축마라톤을 하다가 감기가 걸린 탓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1시간 40여 분간 진행됐다. 초반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어려운 부분은 나중에 하자”며 웃어넘기기도 했으나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창밖을 보며 “이게 사는 건가…. 정치를 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별로 없다”며 우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상회담은 여야 투명하게 같이 추진해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까닭은 무엇인가.

“정상회담은 핵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 문제를 일으켰지만 열쇠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손에 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김정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이 진정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사진 찍을 수 있다면 핵 문제도 풀리고 정상회담도 풀린다. 김 위원장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내 임기 중에 풀자’고 한 것과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에 매듭지으려 하는 의지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로서는 북의 응답이 없다고 알고 있다. 남북 간 채널이 끊어진 상태다. 먼저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경계심을 풀겠나. 국민 여론이 움직일까.

“여야 합의하에 투명하게 같이 추진하면 된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나. 비밀 외교로 추진할 일도 아니다. 정상회담이 정치화 정쟁화하면 안 된다. 2000년 6·15정상회담 때는 처음 가는 길이고 상대에 대한 신뢰도 없어서 극비리에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6·15남북공동성명 제4항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나와 있는 것을 진행하면 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의견은….

“몇몇 분은 아직도 1991년 탈냉전 이전 시각으로 세계를 본다.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우리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한다. 전시작전권은 군사 실무적인 문제다. 한미 양국이 동맹으로서 연합작전을 하고 유기체적으로 결합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30년간 자주국방 체제에서 매년 북한의 10배가 넘는 국방비를 퍼부었다. 나는 우리 육군의 전력이 북한의 82%밖에 안 된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 체제 경쟁은 예전에 끝났다.”

○“내 탓이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으로서 현재의 소회는….

“누구 탓으로 돌리겠나. ‘내 탓이오’다. 지금이야말로 열린우리당이 반성과 성찰을 다시 시작할 때다.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와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지 2년 8개월 만에 파산 지경에 이르렀으니 참담하다. 국민은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를 정권 재창출 기도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정권 재창출 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방이 막혀 있어도 희망을 말하고 싶다.”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사회 투명성과 정치 개혁에는 혁명적 변화가 있었다. 선거와 돈의 고리가 끊어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실생활 개선을 위한 개혁을 못 했다.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교육의 고통과 양극화는 여전하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 1500억 달러였던 수출이 올해 3000억 달러가 됐는데도 감동을 못 준다. 참 안타깝다. 실용적 개혁 노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당을 지역주의 회귀로 봤다.

“나는 견해가 다르다. 신당을 하겠다고 말하는 누구도 지역 신당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노 대통령은 당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열린우리당의 역사적 법적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켜서 국민 속에 뿌리내리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당의 몸부림이 그것과 닿아야 한다.”

―통일부 장관 때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국회의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그런 말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심정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으로 이해한다. 설마 그렇게야…허허.”

―노 대통령의 중도 사퇴 이야기가 논란이 됐다.

“헌정질서의 중단은 있을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코드정치, 편 가르기 행태를 당도 제동 걸지 않았는데….

“상생의 정치를 설정했는데 원칙과 정신에 입각해 당을 운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열린우리당의 정권 재창출의 희망이 있는가. 대선 출마 포기 등의 대선언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 말이 가슴을 찌른다. 동감한다. 개인적으로 뭐가 있겠나. 어떻게 하면 나를 던져서 기여할 바가 있다면….”

―외부 영입 인사는 있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야 하겠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경제정책의 핵심은 기업가 정신”

―민생이 어렵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피(돈)가 돌게 해야 하는데 실패했다.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서 나오는데 이 부분이 허약해진 것이 민생경제의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열쇠는 중소기업을 살려내는 것이다. 핵심은 기업가 정신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규제개혁 문제 등 대기업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기업은 충분히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발목을 잡지 말고 풀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출총제는 기업 개혁의 평가를 판단해서 스케줄대로 가면 된다.”

―현 정부 들어서 공공 개혁이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공 개혁이 제일 안 됐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사 관계와 공공 부문은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참여정부가 더 집중했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책은 한건주의식으로는 안 된다. 신중하고 일관성 있어야 한다.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는 모두 터져서 다 책상 위에 올라와 있다. 정부가 내놓은 ‘11·15보완대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반값 아파트 공급 방안이 심리적으로 국민에게 안정을 줬다. 토지임대부 분양이나 환매조건부 분양, 분양가 상한제 등을 패키지로 해서 가야 한다.”

―만약 집권한다면 지역균형발전계획을 추진할 것인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한꺼번에 몰아친 감이 있다. 부작용이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계획은 10여 년에 걸쳐서 수도권 인구 200만 명을 흡수할 수 있다. 갈등 비용은 이미 다 치렀다. 방향이 옳다면 차근차근 가는 것이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과 특별한 관계였다는 설이 있다.

“통일부 장관이 되고 나서 장관실 문턱을 없앴다. 김 씨는 장관실을 왔다 갔다 했다. 그게 특별하다고 한다면 나는 모르겠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몇 번 장관실에 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한반도 대운하나 한중 열차페리 구상은 어떻게 보나.

“다른 분들이 내놓은 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이 구상이 미래로 가는 방향인지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과거의 토목공사 프로젝트식 발상이 아닌가 한다. (대운하에) 20조 원이 들어간다는데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교육정책에 관한 구상은….

“국민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 업그레이드의 핵심이다. 우리 문제는 모두 입시로 통한다.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고3 입시를 폐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창의성을 말살하는 고교 교육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 및 강화다. 학제 개편을 통한 교육 정상화 방안을 검토해 내놓겠다.”

-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1>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2>이명박 전 서울시장
-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3>손학규 전 경기지사
-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4>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인터뷰 패널>

김차수 정치부장

권순활 경제부장

최영묵 사회부장

허문영 교육생활부 차장

정리=민동용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