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중간에 선 사람(고 전 총리)이 양쪽을 끌어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아침 배달된 본보의 인터뷰 기사에서 “현 정부는 코드 인사와 편 가르기, 독선과 무능에 빠져 대외적으로 한미동맹을 훼손시켰고 국내적으로는 정치 불안과 이념 대립을 초래해 경제 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고 전 총리 기용 실패’ 발언은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국 링컨 대통령의 포용 인사는 내가 김근태, 정동영 씨를 내각에 기용한 그 정도하고 비슷한 수준이다”면서 “나는 비슷하게 하고도 인사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2002년 대통령후보 경선 때 노 대통령과 경쟁했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을 장관에 기용하는 ‘포용인사’를 했으나 최근 두 사람이 청와대에 대해 각을 세우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전직 국방부 장관들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에 대해서는 “작전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며 “그래서 전시작전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한 것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북한 유사시에 한중 간 긴밀한 관계가 생긴다는 사실을 모를 리 있겠느냐”며 “우리가 전시작전권도 없으면 민간시설에 폭격할지 말지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데, 그 판에 중국한테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것이 노무현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느냐.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놈, 흔들어라 이거지요”라고 말했다.
올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 않느냐. 다 알고 있는 일이지 않느냐”며 “새벽에 비상을 걸어야 하느냐. 아침에 보고를 받았고, 긴급히 안보상임회의를 소집하자고 했는데 ‘국민들을 놀라게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해서 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 동결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에서 9·19성명에 서명하기 2, 3일 전에 미국 재무부에서 BDA은행 계좌 동결 조치를 해 버렸다”며 “지금 보기에는 국무부가 미처 몰랐다고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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