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2002년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열변을 토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20분 정도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10여 분이나 연설을 했으며 중간중간에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김근태-정동영 기용 링컨흉내 냈는데 잘 안돼”
▽고건 전 국무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우리가 좌우 대립을 너무 심하게 겪었고, 전쟁까지 치르고, 식민지 좌우대결, 군사독재 이것 하는 동안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돼 버렸다. 그래서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았다. 개념이 달라서다.
제가 이것 한번 (통)해 보자고 맨 처음에 고 총리를 기용했다. 그래서 고 총리가 다리가 되어서 그쪽(보수진영)하고 나하고 가까워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용했는데, 오히려 저하고 저희 정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왕따’가 됐다.
중간에 선 사람(고 전 총리)이 양쪽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하고. 하여튼 실패한 인사다.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다.
▽나는 제정신이다=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지금 한국에 도발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사상 검증을 하는 거다. 장관 지명해 국회 청문회 내보내 놓으면 “6·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라고 묻는다. 제가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만한 사고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지 않느냐. 참 억울하다. 저는 제정신이다.
지금 신문에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를 보면 만화 비슷한 얘기들이 사실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원칙 없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다=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원칙(확립)이다. 그런데 국민한테 원칙 없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다. 슬프다. 그러나 어쩔 수 있나. 슬프다고 말하고, 노여워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고….
그렇다. 제가 좀 그렇다.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강연할 때 절대로 빠뜨리지 않는 말이 있다. 신뢰다. 민주주의 못해도 신뢰가 있으면 사회가 유지되고, 민주주의 해도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정책의 신뢰성이 계속 문제가 되니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한 것이다=한국군 방위력이 얼마만큼 큰가. 정직하게 말하자. 근 20년간 북한보다 수십 배가 넘는 국방비를 쓰고 있다.
그래도 한국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1970년대를 어떻게 견뎌 왔겠느냐.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
옛날 국방장관들이 나와서 떠드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 직무유기한 것 아닌가.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한 거다.
정직하게 보는 관점에서 국방력을 비교하면 이제 (주한미군) 2사단 뒤로 나와도 괜찮다.
▽별 달고 거들먹거렸다=우리가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할 만한 실력이 없느냐.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 했나. 나도 군대 갔다 왔고, 예비군 훈련까지 받았는데….
심심하면 사람들한테 세금 내라 하고, 불러다가 ‘뺑뺑이’ 돌리고 훈련시키고 했는데…, 그 위의 사람들은 뭐 했나. 자기 나라, 자기 군대의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그런 것이냐.
그래서 (전시작전권을)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한 것)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전시작전권 돌려받으면 우리 한국군들 잘한다. 경제도 잘하고, 문화도 잘하고, 영화도 잘하고 한국 사람들이 외국 나가 보니까 못하는 게 없는데 왜 전시작전권만 못한다는 건가.
“노무현 하는것 반대하면 정의라는 것 아니겠느냐”
▽노무현 반대하면 다 정의=실제로 남북 간에도 외교가 있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외교가 있다. 전쟁과 유사시를 항상 전제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도 그렇게 준비하지 않겠는가.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을 때 북한과 우리가 대화하거나, 중국과 우리가 대화하거나 그래도 한국이 말(힘이) 좀 있지 않겠냐.
전시작전권도 없는 사람이 민간 시설에 폭격할 것인지 아닌지, 그것도 마음대로 결정 못하는 나라가 그 판에 중국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나. 북한한테 무슨 할 말이 있나. 이것은 외교상의 실리에 매우 중요한 문제 아니겠는가.
유사시가 없을 거니까 그런 걱정 할 것 뭐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럴 바에야 전시작전권이 왜 있어야 되나. 나는 그분들이 외교안보의 기본원칙조차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명색이 국방부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그런데 또 알았다면 왜 전시작전권 환수를 지금까지도 할 엄두도 안 내고 가만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다. 모든 것이 노무현이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느냐.
흔들어라 이거지.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놈. 예, 그렇게 됐다.
▽나를 얼마나 구박 주는지…=우리 안보를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조용하게 안보 하면 되는데, 정부가 ‘안보’ ‘안보’ 하고 나발을 계속 불어야 안심이 되는 국민의식, 이것 정말 힘들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강원도 북쪽 어디에서, 저 함경북도 앞바다 어느 쪽으로 미사일을 쏘았는데, 한국으로 그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 않느냐. 다 알고 있는 일이지 않느냐.
정치 정세, 안보 정세가 장기적으로 총체적으로 서서히 변화해 가는 것이지 그날 (당장)큰일 나는 것 아니다. 그날 전쟁 나는 것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가지고 “국민 여러분, (북한이)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방독면 챙기십시오” 이렇게 해야 하느냐.
새벽에 비상을 걸어야 하느냐. 아침에 보고받았다. 긴급히 안보상임회의를 소집하자고 했는데…, 국민들을 놀라게 할 이유가 뭐가 있나. 그래서 11시에 한번 모이자고 했고 관계장관 간담회로 했다. 간담회로 하나 상임위원회로 하나 새벽 5시에 모이나 11시에 모이나 일 처리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
왜 북 치고 장구 치고 국민한테 겁주지 않았느냐며 나를 얼마나 구박을 주는지.
“줄줄이 전작권 반대성명…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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