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發 성탄 선물은 끝내 없었다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22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가운데)이 각국 대표와 함께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5차 2단계 6차회담의 폐막을 알리는 의장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2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가운데)이 각국 대표와 함께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5차 2단계 6차회담의 폐막을 알리는 의장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북한의 핵 동결 등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하지 못한 채 의장성명만 채택하고 22일 휴회했다.

핵 동결 조건으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북한 계좌의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과 핵 동결 논의를 BDA은행 문제와 분리하려는 미국이 심각한 갈등을 빚는 바람에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또 회담 참가국 간에 회담 경과 평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참가국 전체가 동의를 해야 채택할 수 있는 ‘의장성명’의 문안을 조정하는 데도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 없는 북한 설득=한국과 미국은 18일부터 5일간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북한과 수차례 양자협의를 해 ‘BDA은행 문제 선결’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설득했다.

또 회담 마지막 날인 22일 댜오위타이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과 각각 양자협의를 한 뒤 북한을 접촉했고, 중국도 북한과 막판 양자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이날 미국의 양자협의 제의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발표한 의장성명엔 구체적인 회담 결론 대신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유익한 논의를 했다’는 추상적인 내용이 들어갔다.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베이징 댜오위타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국은 제재 해제에 대한 행동 없이 핵 시설 가동 중단과 검증을 요구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또 2차 핵실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대화와 방패로 맞서고 있으며 방패는 우리의 억지력을 더욱 향상시킨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차기 6자회담 개최 여부 불투명=중국은 의장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가장 이른 기회에(at the earliest opportunity)’ 회담을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 일정을 ‘일자(date)’가 아닌 ‘기회(opportunity)’로 나타낸 것은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회담을 재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초기 이행조치 및 상응조치에 대해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는데 북한이 BDA은행 문제 선결을 고집해 크게 실망했다”며 “미국은 공동성명 문안 작성과정에서 ‘date’ 대신 ‘opportunity’를 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에서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며 차기 회담 일정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날짜에(at the earliest possible date)’로 나타냈다.

이에 따라 차기 6자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19, 20일 베이징에서 워킹그룹을 열어 BDA은행 문제를 논의했으나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조사 결과를 부정해 북-미 간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2차 워킹그룹에서도 북-미가 이번처럼 계속 평행선을 달려 BDA은행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차기 6자회담을 열어 봐야 이번 회담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6자회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낸 뒤 “차기 6자회담을 몇 달 후가 아니라 몇 주 안에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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