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 좀 조용히 합시다?
7월 5일 오전 3시 32분부터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장관회의가 오전 11시에 개최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은 21일 발언에서 “미사일을 쐈지만 한국으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새벽 5시에 모이나 저녁 11시에 모이나 그 일 처리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정부는 발사 24시간이 지난 6일 오전 10시 통일부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미사일의 정확한 탄착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남측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정부가 신속히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과 국민에게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많은 사람은 정부 대응이 느슨하다는 점 때문에 안보불안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 제정신 아닌 사람이 올바른 사람을 검증하려 든다?
노 대통령은 “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북한이 한국에 도발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저희더러 사상 검증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11월 1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일어난 일을 힐난했다.
이 청문회에서 이 장관의 평소 대북관이 편향됐다는 지적과 함께 6·25전쟁이 남침인지 여부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이 장관은 “(6·25를 남침이라고) 규정해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대답했다가 문제가 되자 곧바로 “남침이라고 생각한다”고 바꿔 말한 일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무위원의 자질과 역사관을 검증하기 위한 장으로, 통일부 장관 내정 전의 행적에 논란이 있는 사람에게 분단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질문을 한 사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6·25전쟁이 남침인지 아닌지 규정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 이 장관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10배도 넘는 국방비 쓰니 북한보다 강하다?
노 대통령은 “근 20년간 10배도 넘는 국방비를 쓰고 있는데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한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군사력 우위를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이 내놓은 ‘세계각국편람’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한국은 164억 달러, 북한은 18억 달러를 국방예산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공식 견해는 여전히 재래식 군사력의 양적인 면에서 북한이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으며 질적인 성능까지 고려할 경우에도 남측이 대등하거나 근소하게 앞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도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북한연구실장은 “핵실험을 하는 순간 재래식 군사력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군 못 움직인다?
노 대통령은 1월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거론하며 “한국민이 합의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라며 “동북아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여기에 있더라도 중국에 대해 적대적 행위, 이런 것에 신중히 하겠다는 합의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는 ‘모호성’ 탓에 미군이 한반도 이외 어떤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에 대한 원칙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 정동영 김근태가 정적?
노 대통령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의 내각 기용을 ‘링컨식 정적 포용인사’의 사례로 들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대통령 지명 경쟁자였던 윌리엄 수어드를 국무장관에 기용하고 남북전쟁 당시 대선 경쟁자였던 스티븐 더글러스 상원의원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등 정적을 포용한 것이 사실이다. 자신을 ‘고릴라’라고 비난한 사람에 대해서도 “난국 극복이 먼저”라며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2002년 대선 본선 때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원한 사람으로, ‘정적’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고건은 보수진영과의 다리 못돼 실패?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일했던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도 “그쪽(보수 진영)하고 가까워질 것이라는 희망에서 고건 총리를 기용했는데 오히려 정부 측 인사들이 왕따가 되는 체제가 됐다”며 ‘실패한 인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취임 초기부터 386 중심의 청와대 참모들은 총리의 보수 성향을 문제 삼고, 이념편향 정책을 주도했다. 그래 놓고 ‘총리가 보수층을 끌어오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 경제 분야는 침묵
경제와 관련된 언급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는 “민주평통 행사이다 보니 초점을 외교안보 분야에 맞춘 것이지 경제를 중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준비한 원고도 없이 당초 20분으로 예정된 연설시간을 50분이나 더하면서 정치사회 현안을 두루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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