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본보 기자를 제지하는 수행원들을 비켜서게 한 뒤 질문에 자세히 답했다.
▽6자회담 진전 난망=김 부상은 이번 6자회담에 대한 평가와 차기 6자회담 재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뭐 항상 낙관적”이라며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단을 해 금융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제재 문제와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을 하나로 묶어 정치적인 해법을 찾지 않으면 차기 6자회담 재개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뒤 외교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을 간파한 대미 압박이다.
그러나 미국이 ‘핵 동결 보장’도 아닌 ‘핵 동결 논의’를 위해 금융제재를 풀 가능성은 극히 낮다. 금융제재를 법 집행 문제로 규정해 비핵화 협상과 분리하려는 미국의 정책 기조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 동결 논의의 선결 조건=금융제재 해제’라는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6자회담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회담이 또다시 장기 공전될 수 있다.
또 김 부상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를 핵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미국이 너무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핵 동결과 금융제재 해제를 맞바꾸기 위한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이 높다. 말로는 핵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경수로 제공을 촉구하면서 실제 목표는 그보다 수위가 낮은 금융제재 해제에 맞춰 놓고 있을지 모른다.
▽대미 협상 우위 과시=북-미 워킹그룹이 19, 20일 베이징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북한 계좌 문제를 논의한 배경에 대해 김 부상은 “우리가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6자회담을 안하겠다’고 하니까 (6자회담 미 대표단이) 억지로 (재무 전문가) 몇 명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급하게 워킹그룹을 구성했고 그러다 보니 논의가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했다.
이어 그는 워킹그룹이 논의한 내용에 대해 “미국이 애국법 311조 얘기를 하면서 금융제재는 법적인 문제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만 강조했다”고 밝혔다.
애국법 311조는 미 재무부가 BDA은행을 ‘주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다.
김 부상은 이번 워킹그룹의 논의가 생산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다시 워킹그룹을 열어 논의하는 데 대해선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뉴욕에서 차기 워킹그룹을 열려고 하는 데 대해 “뉴욕에 갈 생각은 없다”며 베이징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워킹그룹 장소로 평양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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