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관료사회 뇌물없인 작동안해”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내놓은 ‘북한체제의 내구력 평가’(본보 27일자 A2면 참조)에는 외부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사회의 비밀스러운 부분들이 공개돼 있다. 특히 ‘고위층 출신 탈북자’ 12명이 심층면접에서 털어놓은 북한 내부의 실상은 북한체제가 왜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북한은 거대한 뇌물 공화국=‘북한의 관료사회는 이제 뇌물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고위층 탈북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탈북자 K 씨는 “간부들 사이에서 아래 간부가 위 간부에게 주고, 그 간부는 그 위의 간부에게 주는 식으로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하지 않으면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이같이 만연된 뇌물수수의 관행 속에서 뇌물의 공정가가 매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탈북자 J 씨는 “상류층의 경우 결혼식 축의금으로 1만 달러 정도가 건네진다. 혹은 5000달러, 3000달러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 L 씨도 “북한사회에서는 뇌물의 시장화가 이뤄져 뇌물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며 “해외유학을 보내기 위해서는 얼마,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라는 식이다”고 말했다.

▽군보다는 당이 우위=주민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와 사회안전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양대 공안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 간에 상당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C 씨는 “두 기관원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 국방위원회 직속으로 있는 보위부의 권력이 더 세고 보수도 높아 보안성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단위의 실세는 주민 통제의 최일선 조직인 인민반의 반장. 탈북자 K 씨는 “5호담당제는 없어진 지 오래고 그 역할을 인민반장이 대신하고 있다. 보위부, 보안성에 비해 인민반장은 매일 주민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주민들을 훤히 알고 있다”며 “인민반장은 거의 여자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군이 모든 것보다 앞선다는 ‘선군(先軍)정치’하에서 군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고위층 탈북자들은 당이 군에 앞선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L 씨와 K 씨는 “군에 대한 인사권을 당이 장악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군은 당의 지도를 받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보다 여성들에게 인기 없어’=김 위원장이 고 김일성 주석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덜한 것은 “키가 작고 배도 나오고 못생겨서”라고 말한 고위층 탈북자도 있었다.

또한 북한에서도 ‘한류’ 열풍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 C 씨는 “몰래 남한 비디오를 보는 것을 처벌했지만 이제는 처벌하지 않는다. 비디오를 유포하는 사람들만 처벌한다”며 “보위부원들도 그것을 회수해서 몰래 본다”고 말했다.

또 20, 30대 여성들이 몸을 파는 대가로 받는 돈은 5달러 수준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 밖에 고위층 탈북자들은 “못사는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북한에는 스트레스가 적고 대머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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