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민주당’도 ‘도로 우리당’도 안돼”…與 워크숍 격론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27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앞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근태 당의장(앞줄 오른쪽)과 김한길 원내대표(앞줄 왼쪽)의 표정이 심각하다. 김경제 기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앞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근태 당의장(앞줄 오른쪽)과 김한길 원내대표(앞줄 왼쪽)의 표정이 심각하다.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은 27일 국회에서 의원 워크숍을 열어 5시간여 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워크숍에는 소속 의원 139명 중 106명이 참석했다. 4명의 지정 토론자를 포함해 30명이 토론에 나섰고 이 중 25명이 통합신당에 찬성했다.

워크숍이 끝난 뒤 5개 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합의사항의 골자는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뼈저리게 책임을 통감한다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나설 수 있도록 결의한다 △토론과 결단을 통해 내부 차이를 극복하고 전대를 통해 당의 진로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수 있도록 한다 △전대 준비위는 당내 각 세력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한다 △과거 시대로 퇴행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대오를 정비하고 민생 개혁에 전념한다 등이다.

합의문 내용은 그럴싸하지만 당의 진로에 대한 이견이 여전해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당내의 일반적 예상이다.

한편 김근태 의장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정동영 전 의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통합신당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이 당 진로를 놓고 논의하는 것은 통합신당론이 제기된 이후 처음이다.

▽내부 갈등 잦아들까=우상호 대변인은 “내년 2월 전대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비상대책위 산하에 전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내 각 세력을 골고루 참여시켜 전대의 성격과 의제 등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전대 때까지 당내 이견차가 극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과 함께 이 경우 분당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도실용세력의 통합을 주장하는 양형일 의원은 “내년 2월 전대는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대회가 돼야 한다. (당의 진로에 관한) 진정한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이혼’도 검토해야 한다. 139명이 함께는 못 간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 분당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론에는 김낙순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두 팀을 만들어 서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토너먼트에서 이긴 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인 분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통합신당’ 대 ‘당 사수’=통합신당론자인 최규식 의원은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도로 우리당’으로는 국민 앞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도 “(의원 설문조사에서) 80명의 의원이 통합신당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분들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의원도 “평화개혁세력은 사분오열돼 있고, 열린우리당이 평화개혁세력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신당 창당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통합신당을 ‘도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대통합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정치공학적 통합으로 보여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기남 의원도 “신당을 하겠다는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당을 없애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유기홍 의원은 “모두가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며 “대통합의 시기, 방법, 경로 등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이목희 의원은 ‘우리당의 진로와 비전’이라는 기조 발제에서 “‘4대 개혁입법’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슈가 중심 의제로 부각됐다”며 “과도한 의제 설정과 이념적 이슈의 과잉은 국민 여론을 양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열린우리당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언행과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고, 이는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싸움의 대상이 아닌 언론과 치고받으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정권이 짊어졌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워크숍 의원 발언들
성향의원주요 발언
통합
신당파
양형일“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지만 진정한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이혼’하는 방향도 필요하다.”
임종석“현재 평화개혁세력은 사분오열돼 있고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아닌 만큼 통합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배제하는 건 바람 직하지 않다.”
주승용“원리원칙, 정체성보다 정권 재창출이 우선이다. 반(反)한나라당 세력은 있는 세력이건 없는 세력이건 다 함께 모여야 한다.”
김낙순“새로운 선수가 들어오게 하려면 기존 팀이 아니라 새 팀을 만들어야 한다. 토너먼트에서 이긴 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방식도 있다.”
김성곤“지방선거 계속 반성·정비해 왔는데 또 무엇을 반성하자는 건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한 민주개혁세력 복원, 고건 등 중도개혁세력의 복원 의미도 있다.”
중도파오영식“평화개혁세력을 대통합하는 통합의 길로 갔을 때 희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을 이야기하며 분열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정식“대통합의 귀결은 통합신당이다. 그러나 답답한 것은 내부의 불신과 오해이다. 당내 이견도 해소 못하면서 어떻게 통합신당이 가능 하겠나.”
당 사수파김형주“통합 대상에 관해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 중심에 있는 세력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신기남“국회의원만으로 당의 진로를 결정해선 안 되며, 지지자와 당원까지 포함해 결정해야 한다. 비대위는 임시지도부일 뿐인데, 당을 왜 해체하려 하는가.”
유기홍“우리가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우리의 이니셔티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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