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정동영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추진 합의

  • 입력 2006년 12월 28일 11시 23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28일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전날 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신당파 의원들이 수적 우위를 확인하면서 `대통합'결의를 이끌어낸 데 이어 여당의 대권주자이자 양대 계파의 수장인 두 사람이 사실상 통합신당 창당에 공개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신당 추진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 조찬회동을 가진 뒤 발표한 합의문을 통해 "국민은 지금 열린우리당에 절망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은 지난 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에 기초해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원칙있는 국민의신당'으로 수렴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특히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 독립적으로 국민의 품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해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또 "당헌 당규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여기에서 당원의 총의를 모아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결의함과 동시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양심있는 인사들과 함께 준비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함께 "남아있는 참여정부 1년2개월의 임기를 소중히 생각하며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정운영을 성실히 뒷받침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이미 지난 주말 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 전 의장은 중진의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 회동과 관련해 우상호 대변인은 "지루한 내부논쟁을 종식하고 힘있게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이고, 대통합의 대상이 되는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세력의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정치적 의사표시는 적절치 않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합의에 대해 신당파 의원들은 통합신당 창당 작업이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면서 환영한 반면, 친노(親盧)그룹 등 사수파 의원들은 "당을 흔들기에 앞서 두 사람이 대선 불출마 등 기득권 포기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통합신당을 추진 중인 전병헌 의원은 "의원 워크숍에서 논리와 세력에서 통합신당이 다수임이 확인됐고 앞으로 파죽지세로 추진될 것"이라며 "두 분의 합의로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계열인 이화영 의원은 "사실 두 분은 열린우리당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며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당을 흔들려 하지 말고 신당을 만들려면 다른 데 나가서 만드는 게 예의"라며 비난했다.

이 의원은 "마치 계보정치 보스처럼 그런 모임을 갖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대통합을 하려면 두 분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계보도 해산하고 대선 불출마 선언 등을 해야 감동이 있고 외부영입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텐데 안방마님 노릇을 하면서 손님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 사수 입장을 고수했던 신기남 전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분의 합의는 지금까지 보여온 신당파의 무원칙하고 성급한 태도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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