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정치권 부동산 공약 건설사들 죄책감 갖게 만들어”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우리 사회는 건설회사가 죄책감을 갖고 사업하게 만듭니다. 정치권도 너무 조급한 마음에 공약을 내놓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용구(61·사진) 대림산업 회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 정책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달 1일 회장으로 승진한 이 회장이 취임 후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만 해도 (건설사들이) 손해 날 때는 일절 말이 없었는데 이익이 나니까 공개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정책은 ‘밑’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위’에서 내려 보내는 게 문제입니다. 정치권에서 잇달아 나오는 정책들도 예외가 아니지요.”

이 회장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 뚝섬 상업용지에 지을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가 고(高)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모든 아파트의 분양가를 끌어내리려는 게 문제입니다. 홍콩에는 평당 2억 원에 이르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우리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처럼 지역을 대표할 만한 ‘명품(名品) 아파트’가 필요합니다.”

내년 9월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두바이 등 외국 회사 20여 곳이 뚝섬 아파트에 투자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건설사는 손해를 보거나 품질이 좋은 아파트를 짓는 것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건설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건설사가 특권을 누리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더 힘들어질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대림산업의 ‘성장 엔진’을 발굴할 투자개발실을 만들어 상무를 4명이나 배치했다.

“시행과 시공을 같이 할 겁니다. 주택뿐만 아니라 골프장, 테마파크, 공장 등을 지을 생각입니다. 석유화학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지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리스크(위험)를 줄이기 위해 단순 시공만 맡았던 데서 사업 방향을 트는 셈이다.

이 회장은 1971년 대림산업에 입사해 올해 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1개월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전문경영인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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