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2004년 국방백서 등을 통해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 1, 2개를 만들었을 것으로 공식 추정해 왔지만 이번 백서에선 최대 6, 7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면 수정했다.
일각에선 10월 북한의 핵실험 실시 이후 국방부가 사실상 북한을 ‘강력한 핵 무장국’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 핵 능력 대폭 상향평가=이 백서는 북한이 2003년과 2005년 폐연료봉을 재처리했을 경우 30여 kg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1990년대 초 추출한 플루토늄 10∼14kg으로 1, 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존의 평가도 그대로 유지됐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까지 확보한 총 40∼50kg의 플루토늄으로 6, 7개의 핵무기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라는 2004년 국방백서의 문구는 삭제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북한의 플루토늄 추가 확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핵무기 보유량은 ‘1, 2개로 추정된다’는 문구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이번 백서에서 북핵 능력을 ‘과소평가’했음을 자인하는 셈이 됐지만 북핵 위협의 실상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실험 다음 날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최대 50kg에 이른다는 내부 결론을 내리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 핵실험 나흘 뒤인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장이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이 핵무기 5, 6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으로 생각된다”고 말하자 윤 전 장관은 “국방부의 공식 견해와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승조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이번 백서에서는 핵실험과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북한의 위협 강도를 심각하게 평가했다”며 “북한이 핵을 가졌을 것이라는 평가에 따라 군사적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포 전력 증강=북한은 재래식 전력 증강을 위해 최근 사거리가 20km인 240mm 방사포 200문과 도하(渡河) 장비 210대를 증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시 기계화 보병여단에 화력 지원 능력을 보강하고 기계화부대의 신속한 도하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백서는 평가했다.
12만 명에 이르는 특수부대와 함께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방사포는 개전 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핵심 군사시설과 인구밀집 지역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북한의 핵심 전력이다.
반면 장비의 노후화로 퇴역하는 북한군의 함정과 전투기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파간첩 침투에 주로 사용되는 잠수정의 경우 2004년에 비해 10척이 줄었고, 해상경비정 170척도 해상작전이 힘들 정도로 낡은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 공군의 경우 최근 2년간 추락한 5대의 전투기를 포함해 30여 대가 줄었지만 총 820여 대의 전투기 중 40%가 전방기지에 배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 영향력 확대하는 주변국들=방위청을 성(省)으로 격상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일본은 정보위성 4기를 조기에 확보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2010년까지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체계(MD)의 구축을 끝낼 것이라고 이 백서는 설명했다.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4.7%나 증가시킨 중국은 2010년을 목표로 사거리 8000km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해 2010년경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또 러시아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전략 핵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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