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 신경전 본격화

  • 입력 2006년 12월 31일 16시 09분


한나라당 대권경쟁이 조기에 과열되면서 대선주자들 간의 `신경전'이 노골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당 최고위원단과 대선주자 첫 간담회에서 표출된 줄세우기 논란은 새해 들어 본격화될 각 주자 진영간 갈등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이 난무하고 경선방식 및 시기를 둘러싸고도 대선주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대선승리의 제1요건인 `단일대오' 유지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선 "당 지도부가 앞장서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간담회 발언이 당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31일 "경고했는데도 이런 일이 계속되면 더욱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상황 여하에 따라 구체적 `액션'을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줄세우기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재오 최고위원은 논란 확산을 의식한 듯 "그런 것 없다. 대응하지 않겠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했고, 그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전 시장 캠프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캠프 실무자들은 손 전 지사의 문제 제기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선주자 `빅3'가 너나 할 것 없이 치열한 `세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자기 진영만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사실상 당내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겨냥한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에선 그동안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 위주로 구성돼 있다", "박 전대표가 의도적으로 의원들을 많이 대동하고 다닌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줄세우기 논란과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는 줄세우기 논란 보다 더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민 경선을 통해 당 대선후보를 뽑자는 이 제도에 대해 빅3 중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 측은 찬성에 가까운 반면, 박 전 대표는 반대 성향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경선 레이스에 합류한 원희룡 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견상 오픈 프라이머리 찬성의견이 많지만 이 제도가 경선 판도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데다 경선방식 변경을 위해선 주자들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경선시기 변경문제를 놓고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현행 당헌.당규대로라면 대선일 6개월 전인 내년 6월 당 대선후보를 뽑아야 하지만 당내에서 여권의 후보선출 시기를 봐서 9월 쯤으로 늦추자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당내 라이벌인 박 전 대표는 경선연기에 대해 `반대', 이 전 시장은 `찬성'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당직자는 "줄세우기 논란은 여러 갈등의 일단에 불과하며, 앞으로 주자들이 경선 문구 하나 하나를 놓고 충돌할 것"이라면서 "강재섭 대표가 29일 간담회 후 분위기를 `살기훈훈'이라고 평가한 것 처럼 앞으로 경선과정에서 주자들이 공정경선과 살기 돋친 싸움의 경계선을 왔다갔다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