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여론조사, 대선주자 선호도]이명박 모든 연령에 앞서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현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고건 전 국무총리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은 여야 대선주자를 망라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44.9%)였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 28일 전국의 성인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고 전 총리,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가 맞붙는 대결구도에서 이 전 시장이 47.7%로 1위였고, 박 전 대표가 21.3%, 고 전 총리가 19.0%, 권 대표가 4.4%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

조사 결과 여야 대선주자 전체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이 44.9%로 2위인 박 전 대표(17.3%)를 27.6%포인트 앞섰다. 그 뒤를 고 전 총리(14.1%) 손학규 전 경기지사(3.3%)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1.8%)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5%)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1.5%)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1.4%)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0.3%)이 이었다.

범여권 대선후보 선호도는 고 전 총리가 32.7%로 가장 높았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11.3%, 정 전 의장이 6.3%, 정 전 총장이 4.7%,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4.7%, 김 의장이 4.5%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지층 가운데 범여권 대선후보 선호도는 강 전 장관(23.0%)이 고 전 총리(19.8%)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정치적 이념 성향이 2005년 11월에 비해 ‘중도’(46.4%→30.1%)는 줄고 ‘보수’(22.9%→31.7%)와 ‘진보’(25.4%→30.3%)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의 경쟁력=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고 전 총리, 권 의원단대표와 벌이는 가상대결에선 이 전 시장 61.2%, 고 전 총리 24.8%, 권 의원단대표는 5.6%로 집계됐다. 1, 2위 간 격차는 무려 36.4%포인트.

‘고건-이명박-권영길’ 대결에서 이 전 시장은 모든 연령대에서 고 전 총리를 앞서고, 지역별로도 광주·전라 지역만 빼고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호남 지역도 ‘고-박-권’ 대결에선 66% 대 16.2%로 고 전 총리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만 ‘고-이-권’ 대결에선 47.4% 대 38.6%로 격차가 한 자릿수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고-박-권’ 대결에서 47.1% 대 31.4%로 고 전 총리의 손을 들어 줬던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고-이-권’ 대결에선 46.5% 대 33.5%로 이 전 시장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박-권’ 대결에서 고 전 총리를 더 지지했던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지지자들도 ‘고-이-권’ 대결에선 압도적으로 이 전 시장을 선호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전 시장은 대선주자 전체 조사의 연령별 선호도에서도 40대(50.6%)를 비롯해 모든 연령층에서 선두를 달렸다. 직업별로도 이 전 시장은 모든 직업군에서 1위였고 특히 화이트칼라(51.8%)와 자영업자(50.2%)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고건, ‘박근혜는 싸워 볼 만’=고 전 총리와 박 전 대표, 권 의원단대표의 3자 대결구도에서는 박 전 대표 42.1%, 고 전 총리 40.3%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치열했다.

지난해 9월 29일 본보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이 전 시장 포함)에서도 박 전 대표와 고 전 총리는 각각 22%, 21.2%를 얻어 확실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번 ‘고-박-권’ 대결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전통적 지지 기반인 20대 이하와 50대 이상에서, 고 전 총리가 30대와 40대에서 각각 앞서고 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40대 남성과 화이트칼라 직업군에서 박 전 대표보다 각각 4.6%포인트, 9%포인트를 앞섰다.

지역별 분석에선 박 전 대표가 인천·경기(45.6%), 대구·경북(56.6%), 부산·경남(48.6%), 강원·제주(44.5%)에서 앞서고, 고 전 총리는 서울(45%), 광주·전라(66%) 지역에서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당별로는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정당 지지층으로부터 박 전 대표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 ‘빅2’ 지지자들의 표심=두 개의 3자 가상대결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의 지지 행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면 차라리 고 전 총리를 찍겠다’는 성향을 드러낸 것이다.

전체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을 지지했던 응답자 680명의 경우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고-이-권’의 가상대결에서 이 전 시장 지지가 94.8%, 고 전 총리 지지가 3.1%였다. 이랬던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이 ‘고-박-권’ 대결에서는 42.2%만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고 전 총리 지지자가 41.6%로 급증한다.

이런 현상은 박 전 대표 지지자들도 마찬가지. 전체 대선후보 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262명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고-박-권’ 대결구도에서 91.8%가 박 전 대표를, 3.2%가 고 전 총리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들도 ‘고-이-권’ 대결에선 48.1%만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고 전 총리 지지자가 30.8%로 늘어난다. 이는 한나라당 ‘빅2’의 열성 지지자들이 라이벌 후보에 대해 갖고 있는 ‘적개심’이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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