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공동사설은 한나라당을 ‘외세를 등에 업은 매국 반역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매국친미적인 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 있게 벌여 나가자”고 선동했다.
북한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친일 경력’을 들고 나온 적이 있지만 신년공동사설에서 한나라당을 직접 거명해 매도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공동사설의 경우 북한은 “남조선의 친미보수세력은 6·15 통일시대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 세우고 저들의 집권 야욕을 실현하기 위하여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친미보수세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또 작년 공동사설은 “남조선의 각계각층 인민들은 ‘신보수’의 결탁과 도전을 진보의 대연합으로 짓부숴 버리고 매국 반역집단에 종국적 파멸을 안겨야 한다. 독초는 제때에 뿌리뽑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5·31지방선거 직전엔 ‘남조선 동포들에게 고함’이라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글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6월 10일에는 조평통의 안경호 서기국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파탄나고 온 나라가 미제가 저지른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고 공개 협박하기도 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올 공동사설은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남북교류를 통한 경제적 실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북한의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난해 6월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일련의 발언들은 상호 체제 존중이나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거스른 것으로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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