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북한의 빈곤에 대해 한 민족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남북 간의 합의사항을 점검해 지켜야 한다는 발언 역시 동북아시아 지역은 물론 한반도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핵 문제에 대한 해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북한 빈곤은 선군(先軍)정치 탓=이 장관은 이날 오전 배포한 ‘2007년 신년사’에서 “빈곤이 있는 한 평화와 안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북의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 한반도의 안보는 언제나 위험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북한이 핵실험까지 간 여러 가지 배경을 본다면 빈곤 문제도 하나의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궁핍한 나라살림 탓에 핵실험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고 적대 정책을 펴는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배상금’을 얻어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라는 논리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1950년대 중반부터 핵개발을 추진해 오면서 선군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명하에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핵개발이 북한을 궁핍으로 몰고 갔으며 오늘날 외부 세계의 지원 없이는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는 분석이 타당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최소 3000억 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추산되는 지하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았더라면 쌀 100만 t(국제 시세 t당 300달러 적용 시)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북한은 2300만 전체 주민에게 100일간 식량 배급(1일 평균 500g)을 할 수 있었지만 정권 안보를 위해 주민의 굶주림을 택했다.
▽남북 관계의 조급함과 뜬구름 잡는 ‘그랜드 디자인’=이 장관은 이날 신년사에서 북한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남측의 책임을 강조한 뒤 “우리는 지난 세월 남북 간의 합의, 협의, 그리고 약속한 사항들을 다시 점검해 지킬 것은 과감히 지키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통일부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길이 좁으면 그 길을 넓혀 가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6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북측에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 800만 달러어치를 유상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의 시범운행이 불발되면서 현재까지 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후 첫 공개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남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복안 없이 발표된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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