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팀의 핵심 부처인 재정경제부 고위간부들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전월세 상승폭 연간 5% 제한 정책이 담고 있는 문제점을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경제관료들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득세할 것을 걱정한다.
행정부의 반발에 대해 여당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당정 갈등이 깊어지면 공급 위주 대책을 담은 지난해 11·15대책 이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여 온 부동산시장이 다시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깊어지는 당정 갈등
권 부총리는 여당의 ‘전월세 상승률 연 5% 이상 제한’ 추진에 대해서도 “이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1일에도 “채택되기 어려운 대안이 정치적 슬로건 아래 제시됐다”며 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도 2일 본보 기자와 만나 “분양원가 공개는 비용을 싸게 해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여당 안이 경제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민생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경제부처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소속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은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에 미칠 효과를 둘러싸고 당정 간 견해 차이는 있지만 집값 인하라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전문가들, “부동산을 정치 이슈로 삼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을 ‘정치적 어젠다’로 접근하지 말고 시장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을 놓고 당정 간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세대 서승환(경제학) 교수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정치 이슈적인 측면이 있다”며 “건설회사별로, 심지어 아파트 단지별로 서로 다른 원가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먼저 이뤄진 뒤에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전월세 인상폭을 묶겠다는 발상은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아무리 강력히 규제해도 전월세 계약은 얼마든지 그 규제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 주 초 한명숙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에 대한 의견차를 좁힐 계획이지만 타협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각에서는 당정 간 불협화음이 2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을 놓고도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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