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짝퉁 한나라당 만들자?” 강봉균 “비대위 참여안해”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는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집결하면 된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토론이 안 되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강봉균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의 내부 노선 투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새로 만들어야 할 통합신당의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김 의장과 강 정책위의장은 5일 “수구냉전 세력이다”, “말이 안 통한다”며 비난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열린우리당 해산과 통합신당 추진이라는 당의 진로에는 의견이 같지만, 재야 운동권 출신인 김 의장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대북 포용정책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관료 출신인 강 정책위의장은 “그런 정책들 때문에 중산층 지지를 잃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 정책위의장이 4일 김 의장을 ‘좌파’로 지칭한 데 대해 김 의장은 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상황이 어렵다고 ‘짝퉁 한나라당’을 만들면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로 만들어질 통합신당이 현재 열린우리당 이념과 정책 노선을 그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중도성향 의원들을 ‘짝퉁 한나라당원’으로 평가 절하한 것.

김 의장은 “수구냉전 정당은 한나라당 하나면 충분하다”며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는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집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 김 의장은 당 대표를 하지 말고 대선후보로 나서는 편이 낫다”며 김 의장의 2선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강 정책위의장은 “김 의장이 ‘수구냉전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가라’는데 나는 수구냉전 세력이 아니다”며 “지역당이 아닌 정책 정당으로서 통합신당의 정책들을 논의하다 보면 한나라당과 같은 주장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7일 만나 당의 진로와 통합신당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인 염동연 의원이 5일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 먼저 탈당해 통합신당의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고 SBS가 보도했다.

염 의원은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뜻을 같이하는 의원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을 훨씬 넘지만 설사 20명이 안 된다 하더라도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당 시기에 대해 “당 사수파 당원들이 낸 당헌 개정 무효 가처분신청이 11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그 직후가 될 것이며, 늦어도 다음 달 14일 전당대회 이전에는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이날 오후 태국으로 출국했으며 9일 귀국할 예정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조직을 담당하며 최측근으로 불리던 그가 실제로 탈당을 감행한다면 연쇄 탈당 등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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