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휴가병 2명, 주유소 대형화재 막았다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휴가를 나온 장병들이 주유소에서 분신(焚身)을 기도한 남자를 제지해 대형 화재 발생을 막은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 근무지원단의 박용현(22) 상병과 육군 제8사단의 김민수(22) 병장은 1일 오후 6시경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주유소에서 40대 남자가 주유기를 뽑아들고 분신을 기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 남자는 주유기에서 흘러나온 휘발유가 흥건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라이터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려 했다.

박 상병과 김 병장이 “아저씨 안 돼요”라고 외치며 만류하는 순간 그의 몸은 거센 화염에 휩싸였다. 이들은 사무실 안에 있던 주유소 직원들에게 알려 함께 소화기로 불을 끄는 한편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유기를 멀리 치웠다. 하마터면 불이 주유소 전체로 번져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중학 동창 사이인 두 장병은 화재가 진화된 뒤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자신들이 목격한 상황을 전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 같은 사실은 이 과정을 지켜본 오모 씨가 2일 육사 홈페이지에 ‘불길 속으로 뛰어든 두 장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박 상병은 “당시 ‘나도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일단 화재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분신한 남자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데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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