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제 살리기부터”… 박근혜 “참 나쁜 대통령”

  • 입력 2007년 1월 10일 02시 54분


李실장 與방문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9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담화와 관련해 당의 협조를 구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개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한나라당도 찾을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이 방문을 거절했다. 김동주 기자
李실장 與방문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9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담화와 관련해 당의 협조를 구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개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한나라당도 찾을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이 방문을 거절했다. 김동주 기자
심각한 姜대표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긴급 최고중진회의에서 강재섭 대표(오른쪽)가 한 당직자의 보고를 듣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제안을 정략적 의도가 담긴 정치적 노림수로 규정하고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종승  기자
심각한 姜대표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긴급 최고중진회의에서 강재섭 대표(오른쪽)가 한 당직자의 보고를 듣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제안을 정략적 의도가 담긴 정치적 노림수로 규정하고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종승 기자
■ 여야 대선주자들 반응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여야 대선주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정치적 노림수”라고 일제히 비판한 반면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국가 경제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 개헌 논의로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시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개헌 필요성은 있지만 정치적 의도를 갖고 현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차기 정권 초기에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환경, 여성, 가족 등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게 헌법의 틀을 전반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4년 연임제가 필요하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지만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법”이라며 “차기 대선주자가 4년 연임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뒤 대통령 직을 4년만 수행하면 국회의원 선거와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측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일치하지 않고, 지방선거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년 선거를 해야 돼 국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고 전 총리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고 “이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환영한다”며 “상당한 수준에서 국민 합의가 이뤄진 4년 연임제와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는 국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이 개헌을 망설이는 것은 현재의 유리한 상황이 흔들릴 것을 걱정하는 당리당략인 만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사실상 ‘대통령 무책임제’로 임기 말 일관된 정책 집행을 불가능하게 했다”며 “연임제 개헌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경제적으로 큰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의 측근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텐데 왜 개헌을 제안했는지 배경을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한나라 “국민상대 정치실험”

민노 “정치적 깜짝쇼 불과”

與환영… 민주, 대통령 탈당-중립내각 요구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환영 논평을 냈으나 한나라당은 반대를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주요 지도부가 일관되게 4년 연임제 개헌을 주장했다. 국민적 합의 정도가 높다고 평가하며 환영한다”며 “야당의 대선후보들도 거시적 안목에서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개인 논평을 내고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그룹 중심의 당 사수파는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내 통합신당파 일부에서는 “개헌 카드가 통합신당 추진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정치적 노림수’로 규정하고 일절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을 가져올 개헌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하고 개헌 논의는 차기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언제까지 국가와 국민이 대통령의 정치 실험에 볼모가 돼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견해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의 의견도 반영됐다고 나 대변인은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11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 초청 여야 지도부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개헌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진정성이 있다면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심사숙고한 정책적 제안이라기보다 정치적 깜짝쇼”라며 “제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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