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9일 전국 성인 510명(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 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전화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72.3%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1.1%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79.8%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답했고,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64.6%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 ‘노 대통령이 지금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7%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은 13.6%였다.
‘개헌이 추진된다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45.6%)과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46.1%)이 거의 비슷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하면서 ‘정략적 의도는 없다’고 했으나 상당수 응답자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책임정치를 훼손하고, 국정과제의 지속 추진에 지장을 준다’는 것을 4년 연임제 개헌 추진의 근거로 제시했으나 응답자 가운데 다수는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았다. ‘5년 단임제가 책임정치를 훼손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6%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26.7%였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하면 대통령의 책임정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52.8%가 ‘그렇지 않다’고 했고 38.3%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책임정치의 문제는 5년 단임제나 4년 중임제 등 대통령 임기 조항에서 파생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여론이 우세한 것.
한편 방송 3사가 이날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헌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본보의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현 대통령 임기 내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SBS와 MBC의 조사 결과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각각 48.4%, 51%로 ‘반대한다’는 응답(42.6%, 40%)보다 많았다. 반면 KBS 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52.9%로 찬성(47.1%)보다 높았다.
SBS와 MBC 조사에서는 ‘개헌이 차기 정부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55.2%, 63%로 ‘현 정부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24.8%, 2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또 MBC 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의도를 묻는 질문에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견이 48%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는 의견(38%)보다 많았다. SBS 조사에서도 ‘정략적 의도’라는 응답이 43.5%로 ‘정치적 결단’이라는 응답(36.4%)보다 높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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