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분석을 보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헌이란 이슈를 통해 정국을 주도함으로써 레임덕을 극복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여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수긍할 만 합니다. 개헌 제안 이후 대통령은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습니다. 누가 지금 노 대통령을 보고 레임덕 운운하겠습니까. 이달이나 다음 달 중에 대통령이 개헌 발의까지 하게되면 개헌 논란이 정국을 본격적으로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이 와중에서 여당의 분당 투쟁도 잠시 가라앉게 될 것입니다.
[3분논평/이재호]'노대통령, ‘사임 카드’로 유력 주자와 ‘빅딜’?' 동영상보기
그렇다고 대통령이 단지 이를 위해서 '개헌 제안'이란 승부수를 띄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개헌 카드'는 '사임 카드'를 쓰기 위한 일종의 예비동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오늘(10일) "노 대통령으로선 거취문제가 남아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임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 정말 조기 사임할 수도 있고, "사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정국과 정계개편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정치적 상상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니까요.
여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런 시나리오를 내놓았습니다. 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한 후 국회에서 부결되면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하고 조기 사퇴한다는 것입니다. 1, 2월에 발의를 하면 시기적으로 4,5월쯤 되겠지요. 그런 연후에 대선을 치르면 2012년에는 대선과 총선이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리게 됩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임기를 희생함으로써 2012년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맞췄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기 사퇴를 통해 한나라당 경선구도를 흔들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력 주자와 모종의 '빅딜'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조기 사퇴를 통해 특정 주자의 당선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 대통령은 그 주자로부터 중대선거구제나, 퇴임 후 친노파(親盧派)를 중심으로 한 '노무현 당'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대선 총선 시기 일치,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한 지역구도 청산의 기반 마련이라는 업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얘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주자가 누구일까요. 누구든 될 수 있겠지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하겠지만 개헌 공방으로 올 한 해 또 소모되어야 할 국력과 혼란을 생각하니 가슴이 착잡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논설실장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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