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아세안+3’ 정상만찬 이어 어제 오찬도 불참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탈당 이상? 盧대통령의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15일 필리핀 세부의 세부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세부선언 서명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왼쪽은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세부=EPA 연합뉴스
탈당 이상? 盧대통령의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15일 필리핀 세부의 세부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세부선언 서명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왼쪽은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세부=EPA 연합뉴스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저녁 귀국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EAS 개회식, 정상회의와 세부선언 서명식엔 참석했으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초청한 오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전날 저녁 아세안+3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도 피로 누적으로 불참했다.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오찬 성격이 업무 오찬에서 사교 오찬으로 바뀜에 따라 정상 오찬엔 참석하지 않고 수행 참모들과 간단히 점심을 했다”며 “노 대통령의 컨디션은 정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공식 만찬과 오찬에 잇따라 불참함에 따라 그의 건강 이상이 어느 정도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안인데도 국제무대에서 피로 누적 사실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목소리가 잠긴 것 같았다”며 순전히 몸의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언론재단 포럼에 참석한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이 속이 거북해 양해를 구하고 불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피로해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마음 역시 편치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내놓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추진 동력을 급속히 상실하고 있어 노 대통령이 적잖이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개헌 제안을 하기 전 청와대가 실시한 조사에선 임기 내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왔다고 들었다”며 “노 대통령도 개헌 발표 후 부정적 여론에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정국 과제도 ‘산 넘어 산’이다.

다음 달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신속하고 조용한 개헌을 주장하지만 당내에선 국회 통과 가능성이 없는 개헌에 지나치게 말려들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당내 신당 논의도 노 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일부 통합신당파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국민 여론도 싸늘하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진정성’ ‘솔직함’을 내세워 위기 국면의 정면 돌파를 시도해 왔으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기 때문에 먹혀들지 않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어서 이를 돌려놓을 ‘묘책’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피로는 휴식으로 풀 수 있겠지만 답답한 마음은 좀처럼 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부=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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