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기자실을 찾아 “한 총리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 시점은 몰랐지만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말 한 총리와 별도로 만나 개헌 제안 문제를 상의했다는 본보 보도(15일자 A2면)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설명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정책은 물론 정치현안까지 포괄적으로 한 총리와 상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앞으로 한 총리의 역할이 주목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2월 14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명숙 카드’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와 반노 그룹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양측 모두에 거부감이 적은 한 총리가 당에 복귀할 경우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면서 당내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만 하다는 얘기다.
한 총리가 당에 복귀하면 노 대통령은 이를 거국 중립 내각으로 연결시켜 정국운영에 활용할 수도 있다. 거국 내각은 민주당을 개헌 찬성으로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 것이란 게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낙관적인 기대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과 거국 내각 구성을 전제로 개헌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한 총리를 대선후보로 생각하는 듯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열린우리당의 구도로 봤을 때 설혹 그런 구상이 있다 해도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론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한 총리를 대선후보로 밀 가능성보다는 만의 하나 대통령이 중도 사퇴할 경우 한 총리의 역할이 관심사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2000년 당시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됐고,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한 총리의 정치적 효용이 그만큼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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