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초청 포럼에서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의 탈당은 진정성과 연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는 상황은 없으리라 본다”며 “일단 대통령이 헌법에 부여된 권한을 토대로 발의 의사를 보인 이상 그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날 탈당 외의 ‘또 다른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정치권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중도사퇴나 거국내각 등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 즉,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대선 총선 주기 일치’ 외에 다른 부분의 개정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표시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사안들은 모두 한나라당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이 실장의 제안은 개헌 띄우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청와대가 야당의 거부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 차원에서 던진 발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청와대가 특별히 어떤 카드를 상정해 놓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성의 있게 한나라당을 설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탈당’은 한나라당의 반응 여부와 관계없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개헌안을 기필코 발의하면 탈당 수순을 밟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끝까지 밀어붙이려면 정파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대통령의 당적 정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 실장의 언급을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학법 재개정 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유보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대통령이 ‘개헌’의 대가로 제시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와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한나라당이 이 실장의 희망대로 따라줄 가능성은 전무하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개헌에 대해 이미 민심과 한나라당이 명확히 대답을 했는데 다른 전제조건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며 “개헌이 무슨 흥정거리인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일축했다.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은 “대통령이 탈당을 하든 말든, 또 그 이상의 무엇을 하든 관심 없다. 대통령은 민생과 일자리, 부동산 문제나 잘 챙기시라”고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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