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대통령 선거 출마 않고, 정치활동도 접겠다"

  • 입력 2007년 1월 16일 15시 06분


기자회견장 빠져나가는 고건 전 총리 16일 오후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건 전 총리의 대선 출마포기 기자회견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기자회견 무효를 주장하며 저지하자 고 전 총리가 회견을 시작하지도 못한 체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
기자회견장 빠져나가는 고건 전 총리
16일 오후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건 전 총리의 대선 출마포기 기자회견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기자회견 무효를 주장하며 저지하자 고 전 총리가 회견을 시작하지도 못한 체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
범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16일 “깊은 고뇌 끝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오늘부터 정치활동도 접는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연지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권포기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지지자들의 만류로 회견을 직접 열지 못하고 대신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대권 도전 포기’의사를 밝혔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결정하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지난 1년간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했으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역량 부족을 통감했다”며 “깊은 고뇌 끝에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또한 오늘부터 정치활동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활동이 성과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드린다”며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누차 말씀드린바와 같이 대선의 해를 여는 새해 첫 달이 그 적절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본래 정치권 밖에 있던 사람으로 탄핵정국의 국가위기 관리를 끝으로 평생공복의 생활을 마감하려 했었다”며 “그러나 얘기치 않게 과분한 국민지지를 받아 그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모색하며 지금이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베풀어주신 국민의 사랑과 성원에 감사드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보다 훌륭한 분이 나라의 조타수가 되어 하루 빨리 국민통합을 이루고 나라에 희망을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포기이유는 실망, 지지율 하락, 건강, 가족 반대 등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던 고 전 총리의 연지동사무실 주변에는 이날 측근들과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으며, 일부는 대권포기 철회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측근들로부터 계속된 만류 요청을 받았지만 끝내 결정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은 이날 오전에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고 전 총리의 결단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총리의 갑작스런 결정의 배경에는 현실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지지율 하락세, 건강문제, 가족들의 반대 등이 작용한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가 최근 사석에서 현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이야기를 했고, 지난 연말부터 중도포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장고에 들어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 정계개편 혼란 속으로…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

고 전 총리의 대권 중도포기 선언은 차기 정치구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범여권의 정계개편 논의는 더욱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신당을 추진했던 여당 내 강경 통합신당파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입지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 전 총리를 지지했던 세력이 어떤 대권 주자에게 흡수되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러운 말씀 드립니다. 저는 본래 정치권 밖에 있던 사람입니다.탄핵정국의 국가위기 관리를 끝으로 평생공복의 생활을 마감하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과분한 국민지지를 받게 되어 그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모색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일년 가까이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 왔습니다.그러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통감합니다.

저의 활동의 성과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드립니다. 그동안 저는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누차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대선의 해를 여는 새해 첫 달 지금이 그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고뇌 끝에 저는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또한 오늘부터 정치활동을 접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게 베풀어 주신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보다 훌륭한 분이 나라의 조타수가 되어 하루 빨리 국민통합을 이루고 나라에 희망을 찾아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7년 1. 16.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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