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6일(현지시각) 베를린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오전과 오후 두차례 회동, '여러 시간'에 걸쳐 '차기 6자회담의 준비를 잘 해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를 했다고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16일 밝혔다.
대화는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좋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케이시 부대변인은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차기 6자회담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라며 "빠르면 이달 중이라고 이전에 말했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하고 북·미간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논의를 위한 금융회담 날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베를린에서 북한과 직접 양자대화를 가진 것은 그동안 '6자회담 틀내에서의 양자대화'를 내세워 △베이징에서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의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중국측 대표도 일시 참석하는 3자 형식을 엄격히 고수해온 것에 비해 큰 변화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계속되는 대화의 일환'이라면서도, 미국 측 수석대표의 대북 접촉 형식에 가해졌던 기존의 '제약이 조금씩 줄어들고 자유로와지는 것'으로 봤다.
베를린은 1990년대 북·미간 주요 대화와 합의 장소로 활용됐고, 북한이 베를린을 회담장으로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베를린 양자 회동에 응한 것은 북한과 신뢰구축 작업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그러나 베를린 회동이 6자회담 틀 밖이라는 시각을 부인하고 '기존의 것들과 똑같고, 한가지 다른 점은 장소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의제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17일엔 베를린 아메리칸 아카데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어서 이를 통해 북한에 어떠한 공개 메시지를 보낼지도 주목된다.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3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남북화해협력의 '베를린 선언'을 했으며, 2005년 1월엔 정동영 당시 통일장관이 역시 자유대학 연설에서 '3대 평화전략'을 밝혔었다.
김계관-힐간 베를린 회동에서 김 부상이 지난달 베이징 6자회담 때 미국 측이 제안한 '영변 원자로 동결 등과 상응조치들'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인을 받은 답변을 제시했는지 주목되나, 케이시 부대변인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엔 함구했다.
힐 차관보는 베를린 방문에 이어 19~21일 한국과 중국, 일본을 순방할 예정이어서 방문국측과 협의 과정에서 베를린 회동 내용과 차기 6자회담 재개 전망 등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북한이 미국과 금융회담을 22일 뉴욕이 아닌 베이징에서 열기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베를린 회동은 북한 측이 먼저 제안"
전격적인 북미간 베를린 회동은 북한측이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측은 지난달 6자회담이 끝난 뒤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 측과 교신해오다 최근 '수석대표간에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으며, 회동장소를 베를린으로 제시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먼저 보자고 한 것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그동한 해온 검토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뭔가 추가 확인하고 싶어했거나 뭘 좀 협의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베를린 회동 결과는 곧 방한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측이 베를린 회동을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22일께 뉴욕이나 베이징(北京)에서 이뤄질 방코델타아시아(BDA) 실무회의 이후인 이달말이나 내달초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베를린 회동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곧 6자회담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18~22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호혜조치를 두개 정도의 패키지로 묶은 제안을 북한 측에 제시했다.
베를린에서 김계관 부상과 만난 힐 차관보는 오는 19일 방한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등과 회동해 6자회담 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또 한국 일정이 끝난 뒤 중국과 일본도 차례로 순방할 예정이다.
앞서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계관-힐 회동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차기 6자회담이 생산적이 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만난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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