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15년 감옥생활…도와주세요” 강제북송 국군포로 손자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저의 살길은 할아버지의 고향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남한에서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안내로 인근 민박집에 머무르다 중국 공안에 적발돼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이 영사관에 보냈던 편지가 공개됐다.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과 월간조선에 따르면 L(23) 씨는 이 편지에서 “국군포로의 장손이자 북조선 탈북자”라며 “북조선으로 갈 수도 없고 이번에 잡히면 7∼15년 감옥생활을 해야 한다”며 한국행을 요청했다.

L 씨는 2장 분량의 이 편지에서 국군포로인 할아버지는 1928년 전남에서 태어나 국군포로로 북한에 억류된 뒤 함경북도의 한 탄광에서 일하다 1996년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L 씨의 아버지 역시 탄광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자신과 어머니가 석탄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적었다.

L 씨는 14세 때부터 북-중 국경을 오가며 식량을 구하다 인신매매단에 붙잡히기도 했으며, 1년 뒤 이곳을 도망쳐 막노동을 하다 중국 공안에 적발돼 1년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옥에서 나온 뒤 한국 입국을 결심했다며 거듭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부탁 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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