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는 정부 핵심 외교안보 부처와 유관 연구기관에 ‘정책 참고용’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18일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business as usual)하고 △한반도 전쟁 불가를 이유로 오히려 북한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을 주며 △미국의 대북 제재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면담한 미국의 전문가 가운데는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대사, 에번스 리비어 전 주한 부대사,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 찰스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협상 특별대사,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 등 대표적인 한반도통이 망라돼 있다.
이 보고서는 “면담에 응한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과 관련해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들은) 핵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유지를 위한 최후 수단이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고서는 “면담에 응한 거의 모든 전문가가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반응에 대한 미국 측의 실망감을 피력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만큼 이를 달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에 대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정부의 대북정책상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어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고 운용상의 묘를 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 보고서는 “(미국 내에서는) 한미관계가 더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공화당과 보수진영 쪽 인사들은 한미관계 개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이제 흥분이나 비판도 삼가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국방부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데릭 미첼 미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이 동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중이며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실망은 일회적 성격의 것이 아니며 (미국은) 한국의 기본적 지향성(basic orientation)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한국에서 반(反)FTA 시위가 격화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 협상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이므로 한국 정부가 시위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선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적 고려 때문에 기계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