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경선 9월이후로 늦춰야” 81%…한나라 의원 설문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원내대표, 강재섭 대표, 서병수 의원(왼쪽부터)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자유투표’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원내대표, 강재섭 대표, 서병수 의원(왼쪽부터)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자유투표’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의원 90명 설문

“시기 9월 이후로 늦춰야” 81% (63명)

“경선 반영비율 바꿔야” 69% (54명)

한나라당 의원 10명 가운데 7명꼴로 국민과 당원의 여론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의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8명꼴로 현재 6월로 예정돼 있는 대선 후보 경선 시기를 여권 후보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9월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가 한나라당 전체 의원 127명 중 연락이 닿은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경선 방식과 시기를 모두 조정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 중에는 현 당헌 및 당규대로 경선을 치르자는 견해가 우세했다.

한나라당은 다음 달 초 경선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경선 준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선거인단 수-비율 조정해야”

본보와 연락이 닿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90명 중 경선 방식과 시기에 대한 질문에 응답한 의원은 78명이었다. 12명은 응답을 거부했다. 응답자 중 54명(69.2%)은 현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현 경선 규정은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대선 180일 전(6월 22일)까지 대선 후보를 뽑도록 하고 있다.

경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답한 의원 54명 중 50명은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선거인단의 수와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고경화 의원은 “틀은 유지하면서 당원의 의견과 여론의 분위기를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경선 방식은 합의 절차를 거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맹형규 의원도 “큰 틀은 유지하면서 책임당원 수 확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선 방식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고진화 김영숙 박계동 배일도 의원 등 4명이었다.

현 경선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4명(30.8%)이었다. 이런 견해를 보인 의원들은 “현 경선 방식은 50여 차례에 걸쳐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특정 대선 주자의 유·불리에 따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종근 의원은 “경선 방식을 꼭 바꿔야 한다면 당원의 뜻을 다시 모아야 한다. 특정 세력의 뜻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당 후보보다 하루라도 늦게”

경선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0.7%인 63명이 대선 180일 전까지로 정해진 경선 시기를 여권의 대선 후보가 가시화할 9월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몇 차례 실패한 것은 상대방보다 먼저 후보를 내놔 흠집 내기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라며 “후보 선출은 여당 후보가 결정되는 시기나 그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안택수 의원도 “여당보다 하루라도 늦게 후보를 선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윤석 의원은 “당내 경선 시기를 미루자는 의견이 다수라면 경선준비위원회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헌·당규에 규정된 대로 6월에 해야 한다는 의견은 19.3%(15명)에 그쳤다.

서상기 의원과 박세환 의원은 “경선 시기는 이미 정해 놓은 것인 만큼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환 의원도 “경선 시기는 현행 규정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의 미묘한 견해차

경선과 관련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각자의 이해에 따라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경선 방식을 바꾸고 시기도 미루자”는 의견이 많다.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 1위를 하고 있지만 국회의원과 대의원 등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는 지지도가 여론조사만큼 앞서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는 ‘현 규정을 유지하자’는 태도다. 57차례의 회의와 공청회 등 복잡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한 경선 방식을 한 번도 실시해 보지 않고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져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주장이다.

본보의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양측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국민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려면 선거인단 비율을 바꾸고 참여 인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며 “경선 시기도 합의로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유정복 의원은 “당헌·당규가 정한 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박 전 대표 측에서도 “경선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참모인 유승민 의원은 “당원의 합의에 따라 당심과 민심을 적절하게 반영한 경선의 근본 틀을 손댈 수는 없다”면서도 “경선 시기는 여당 쪽 상황을 봐가며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경선 방식과 시기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뽑는 것”이라며 “현 방식에 집착하지 말고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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