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협상국면에 발목을 걸기 위한 강경파의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론 협상을 주도하는 국무부, 제재를 주도해온 상무부, 재무부 등이 각자의 진도표에 따라 진행해온 '협상+제재'의 투 트랙(two track) 접근법의 결과물이란 게 워싱턴의 정통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6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관보를 통해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 북한과 관련해 식량 및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출과 재수출시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허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치품 수출 금지 목록과 방법도 확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상무부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것이거나 유엔의 인도주의 지원 노력을 위한 물품들 (예컨대 담요, 신발, 난방유를 비롯한 생필품)과 농업 및 의료 장비들은 면허 신청이 접수될 경우 일반적으로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또 상세한 내역의 사치품 목록을 게재하면서 "여기에 적시한 물품 이외의 것이 사치품에 해당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사용자 및 사용목적에 따라서도 승인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랩톱 컴퓨터와 고급 자동차의 경우 사치품 목록에 들어있지만 북한 주재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에 필요한 물품일 경우 수출을 허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9년 북한과 미사일 협상 타결에 따라 2000년 6월 대부분 품목에 대해 대북 수출허가제를 폐지하는 등 대북 금수를 상당부분 해제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허가제를 다시 시행하는 조치를 준비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북-미간 교역이 극도로 위축돼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 조치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 및 6자 회담 참가국들에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 즉 "협상과 별개로 유엔 제재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압박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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