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파 '복잡한' 갈래

  • 입력 2007년 1월 29일 14시 53분


천정배 의원의 28일 탈당을 계기로 세 확산의 고삐를 죄고 있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내부가 복잡다기하다.

당의 해체를 통한 대통합 신당 창당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뚜렷한 '구심점' 없이 노선과 정책성향, 출신지역 등에 따라 여러 갈래의 소(小) 모임들이 각개약진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탈당그룹은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신당파다. 지난주 임종인 최재천 의원이 '선발대'로 나왔고, 28일 천 의원 탈당 이후 일정한 시차를 두고 후속 탈당의 흐름이 뒤따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수도권 출신들인 제종길 이상경 김재윤 안민석 의원 등이 이에 속한다. 천 의원은 신당의 정책노선을 '개혁 정체성의 강화'로 내걸고 당 안팎의 세 규합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주도하는 중도실용 그룹은 정책노선 상으로 천의원 그룹과 반대지점에 서 있다. 강 정책위의장은 '중도적 실용주의 신당'을 표방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관료출신 또는 중도성향 인사를 중심으로 20~30명을 규합해 2·14 전당대회 이전에 '기획 탈당'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사구시' 모임의 변재일 우제창 의원 등이 적극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동연 의원이 속한 호남그룹도 탈당파의 한 축이다. 그러나 염 의원이 30일 탈당하더라도 당장 동반 탈당하지는 않고 분위기를 관망하며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 탈당한 이계안 의원은 염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아직 '실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달말로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고 나면 탈당 쪽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일현 의원 등 원내대표단 출신의원들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 양대 계파 중 하나인 정동영 전 의장계는 '잠재적 탈당그룹'으로 분류된다. 탈당과 당사수 카드를 모두 열어놓고 있지만 일정한 계기가 마련되면 곧바로 탈당을 결행할 개연성이 크고 이 경우 탈당그룹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 전 의장계 의원은 박명광 박영선 김현미 이종걸 의원 등 30~40명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칭 '중도개혁세력 대통합 준비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임종석 송영길 김부겸 등 재선그룹은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탈당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탈당파 내부가 이처럼 복잡한 갈래를 형성하고 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일정한 세력으로 응축 또는 수렴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는 신당추진 과정에서 첨예한 노선 투쟁과 지분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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