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5년 말과 2006년 초 당시 외교통상부 김숙 북미국장과의 협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참여하는 포괄협정(umbrella agreement)을 체결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한 일이 있다. 당시 합의에는 남북, 그리고 북-미 간에 2개의 부속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구상도 담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안보연구실장은 “당시 원칙 합의된 ‘포괄협정’안은 남북당사자 원칙을 관철하면서도 북한이 원하는 북-미 간 부속협정이 들어 있어 관련국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수석부차관보는 지난해 3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이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을 만나는 등 6자회담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런 ‘경력’ 탓에 그가 이번 방한 기간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선 3, 4차례의 방한 때와 달리 이번 방한은 일정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도 “6자회담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그를 면담한 통일부 관계자 중에는 평화체제구축팀장도 포함됐다.
2월 8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 ‘로드맵’을 문서화하는 데 합의가 이뤄질 경우를 전제로 미국으로서도 평화협정 등 상응 조치에 관해 한국과 사전 조율을 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하면 안전보장, 평화체제 보장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6·25전쟁 공식 종료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평화협정과 관련해서는 아주 구체적인 초안도 없는 상태”라며 “스티븐스 차관보와의 논의는 브레인스토밍 차원의 논의”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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