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의 활동을 두고 이념 논란이 지속적으로 빚어지는 데는 인적 구성에서의 이 같은 ‘이념 편향’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분석을 진행한 바른사회시민회의 ‘과거사진상규명 모니터단’(단장 박효종 서울대 교수) 측의 설명이다.
과거사위는 이념적으로 민감하고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공정성이 중요하다.
모니터단장인 박효종 교수는 “과거사위 위원과 직원이 편향적으로 구성돼 과거사위의 목표가 과거와의 화해가 아닌 과거에 대한 징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 진보적인 결정 경향=“위원회에 올라온 주요 안건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 격론은 벌어지지만 다수결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대체로 위원 다수의 성향에 따라 결정도 진보적으로 날 수밖에 없다.”
한 과거사위 위원은 자신이 속한 과거사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과거사위 조사관들은 신청자가 진상규명을 요청한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 조사를 벌인 뒤 분과위원회나 본위원회에 보고를 하면 자문위원을 포함한 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낸다. 이번 분석에서 나타났듯이 직원과 위원이 주로 진보 성향이기 때문에 과거사위는 그동안 민감한 사안에 대해 주로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이 위원의 주장이다.
민주화위는 이전에 간첩 혐의로 처벌받았던 사람,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친북 성향 활동을 하는 이적단체에 가입해 처벌받았던 사람, 불법·과격 시위로 처벌받은 노동자들까지 민주화 인사로 명예회복시켜 논란을 불렀었다.
▽자체 채용하는 직원들의 편향성도 심각=과거사위 위원을 지냈던 숭실대 법대 강경근 교수는 “위원들보다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직원들의 편향성이 더 심각하다”며 “해당 과거사위의 조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해당 과거사위에 채용돼 조사에 나서는 일도 벌어진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분석에서도 직원의 편향성이 위원보다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은 비상근직이 대부분이지만 직원은 정부 예산에서 월급을 받는 공무원 신분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별정직·계약직 중 자체 채용하는 직원은 모두 84명이며 이 중 54명이 진보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 전문계약직의 경우 연봉은 최저 3467만 원이며 계약기간은 2년이다. 진실·화해위의 별정직과 계약직 직원들의 이력을 보면 ‘올바른 과거청산 범국민위원회’,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노총, 역사학연구소, 전남민주주의청년연합 등 각종 진보 단체 출신이 망라돼 있다.
일반 공무원은 중앙인사위원회의 감독을 받지만 별정직, 계약직 직원들은 위원회가 자체 채용할 수 있다. 자체 채용은 서류와 면접을 통해서 결정되며 면접은 위원들이 맡지만 진보 성향의 위원들이 많기 때문에 직원도 진보 성향이 주로 선발된다는 것.
▽과거사위 직원이 평생 직업?=진실·화해위 별정직 직원인 부모 씨는 경찰청 과거사위원회와 제주4·3위원회, 김모 씨는 의문사위원회와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를 거쳤다. 이들처럼 과거사위 직원 149명 중 38명은 다른 과거사위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사위가 직원을 서로 채용하고 있는 것.
특히 다른 과거사위 출신 직원 중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0년 출범해 2004년까지 활동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출신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과거사 진상규명 모니터단’ 김광동 위원은 “과거사위 출신이 집단화되면서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시각에서만 역사를 바라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유족 당사자 - 관련단체 추천자들 위원 활동
‘한풀이식’ 과거 징벌 우려▼
이번 분석 결과 정부 과거사위원회에는 ‘과거사로 피해를 봤다’는 유족대표 당사자나 유족단체들이 추천한 이가 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 진상 규명의 대상자들이 위원회에 참여할 경우 공정한 결정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는 위원 15명 중 동학농민혁명단체협의회 등 동학관련 단체 출신이 6명,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의 경우 위원 11명 중 10명이 거창사건희생자 유족회나 산청·함양사건희생자유족회 대표였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시행령에 유족대표를 위원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과거사위와 관련된 단체들이 추천한 이들이 상당수 위원에 포함되어 있다. 민주화위는 2000년 출범 이후 분과위원을 지낸 137명 중 43명이 민주화 단체들이 모인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가 추천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단체는 해당 단체 소속 간부를 위원에 포함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화위의 이명곤 분과위원은 자신을 추천한 부산민주항쟁 기념사업회의 사무처장이다. 민주화위 분과위원인 김진택 민주공원유치위원회 상임대표도 민주공원건립추진위원회가 위원으로 추천했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할 과거사 정리에 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이 들어올 경우 ‘한풀이식’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해당 과거사위와 관련된 단체는 위원회 및 분과위원회 등의 위원을 추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과거사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주4·3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은 “유족의 추천을 받는 위원의 수가 소수이기 때문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경우 사실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분석 어떻게 했나
이념논란 없는 위원회 제외
정부소속 15곳중 9곳 분석
정부 소속 과거사위는 모두 15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이 중 이념적 논란이 별로 없는 과거사위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 ‘노근리 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 ‘삼청교육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등이 제외됐다. 위원과 직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분석하지 못했다. 또 분석대상이 된 9개 과거사위 위원과 직원 중 국무총리, 장관 등 당연직 위원과 장애등급을 판단하는 의사, 정부 부처에서 파견돼 온 일반직 공무원은 제외했다. 이념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사람을 분석 대상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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