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신당파의원들 내주 집단 탈당 움직임

  • 입력 2007년 1월 31일 12시 17분


열린우리당 강경 신당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르면 다음 주 중 집단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선을 앞둔 여당의 분당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29일 중앙위 회의에서 기간당원제 폐지 당헌 개정안과 2·14 전당대회 의제 등이 의결됐으나, 사실상 열린우리당 중심의 리모델링 성격인 전대를 치러봤자 떠나간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고 정계개편을 위한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는 '전대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집단탈당 추진이 구체화되고 있다.

또 당 조직기반의 와해로 전대에 참여할 대의원의 숫자가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강경 신당파의 집단탈당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신당파의 한 핵심의원은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나가면 1,2명이 아니라 집단으로 같이 나갈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지키고 싶다지만 열린우리당 간판을 지키는 것보다 평화개혁세력이 사는 게 중요하다. 이제 열린우리당 사수와 대통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당파 중진의원도 "지금 전대를 하게 되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가는 것이고 노 대통령이 배후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대선과 총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며 "정치는 당당하고 심플하게 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교섭단체를 만들어서 새 집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 중진의원은 또 "이제는 개별 탈당은 의미가 없고, 열린우리당의 괜찮은 사람들이 진짜 새로운 행보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알맹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탈당 결행 시 그 규모는 최소한 30명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흘러나오고 있고, 30일로 임기를 마친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여기에 김 전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단을 구성했던 노웅래 최용규 주승용 조일현 장경수 의원 등이 정치적 행동을 함께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30일 오후 원내대표 임기 종료를 기념하는 부부동반 모임을 갖고 당 진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천정배 의원과 가까운 제종길 의원, 강 전 정책위의장과 교감해온 박상돈 의원, 정동영계인 전병헌 김낙순 최규식, 호남권 중진 이강래 의원, 재선그룹의 정장선 이종걸 조배숙 의원 등이 집단탈당 대열에 참여할 인사들로 분류된다.

탈당 규모와 관련해 수도권의 한 신당파 초선의원은 "안전한 길을 택하기보다는 광야로 나선다는 생각이지만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30명 정도가 됐을 때 집단탈당을 결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탈당 시기는 2·14 전대가 열리기 이전인 다음 달 4일부터 10일 사이가 유력하다고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 세를 규합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4일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 전대 직전에 탈당을 결행하면 정치적 도의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4,5일 정도의 시차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 탈당이 가시권에 접어들자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중도파 중진그룹, 사수파 의원들은 강경 신당파를 강력히 비난하며 탈당을 만류하고 나섰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요즘 언론을 통해 중앙위 결의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적절치 않으며, 솔직히 실망을 금할 수없다"며 "중앙위에서 우리는 민주적인 대화와 타협의 절차를 거쳐 대통합 신당 추진을 결의했고, 관권을 발동하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도 없었다"고 신당파를 비판했다.

김 의장은 "통합신당 추진에 있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지금 열린우리당에 함께 하는 세력조차 함께 할 수 없는 통합 신당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희상 비대위원도 "중앙위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당원동지들의 뜻을 강력하게 보여준 자리"라고 자평하고 "더 이상의 탈당은 없어야 하고 탈당한 사람들도 중앙위 결과를 봤으니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수파인 김태년 의원은 "탈당은 명분없는 짓"이라며 "기를 쓰고 전대 의제를 합의하고 중앙위에서 대승적으로 양보도 했는데 이런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동안 탈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됐던 임종석 송영길 유선호 의원 등과 호남권 초선인 양형일 우윤근 의원 등은 일단 전대에서 통합수임기구가 구성되는 것을 지켜보자는 관망파로 돌아섰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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