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송영언 독자서비스센터장》
자질은 검증하되 의혹은 확인보도를
―선거보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권 차원의 문제점부터 살펴보지요.
▽김일수 위원장=언론이 대선후보의 자질 검증에 철저를 기하는 것은 장려할 일입니다. 다만 공정성 객관성의 일정한 기준 없이 확대되다 보면 인권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넘어 가족의 내력이나 처가의 사상 검증을 한다며 마치 피의자나 간첩을 대하듯 가족사를 뒤지고 숨겨진 비극을 들춰내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윤영철 위원=벌써부터 비방과 흑색선전의 조짐이 보입니다. 근거 없는 비방 보도가 나오면 선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지난번 대선에서 ‘병풍 사건’으로 확인됐습니다. 불거진 논란이 국민 정서를 자극할 때는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되지요.
▽이지은 위원=치고받는 경쟁구도 속에서 흘러나오는 흑색선전과 비방 또는 음해성 소문은 독자의 흥미를 끄는 소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선까지 보도해야 할지 경계를 가늠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언론의 후보 검증 작업과 인권의 충돌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위원장=과거의 관행을 되짚어본다면 흑색선전이나 날조된 정보라고 해도 그대로 인용해서 보도하곤 했지요. 이런 ‘받아쓰기’ 관행을 대선캠프가 역으로 이용한다면 선거문화의 전근대성을 뛰어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입니다. ‘스캔들 받아쓰기’식 보도가 확대된다면 선거전이 정점에 이를 때쯤이면 역량과 스캔들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혼란상을 빚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윤 위원=음해성 괴문서가 나돌 때 ‘∼가 나돈다’ ‘∼라는 소문이 있다’ 식으로 보도해서는 안 됩니다. 공직 수행과 직결되는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충분한 취재를 거쳐 확인한 후에 기사화하고 반론 기회도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최현희 위원=특정 후보가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인가 내놓으면서 경쟁상대에 대한 검증을 주장할 때 기자는 현장에서 객관적 증거를 요구해야 합니다. 일회성 폭로에 불과해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겨준다면 객관성과 신빙성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UCC를 통한 흑색선전을 막을 대책은….
▽윤 위원=동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입증 능력을 가진 듯 착각하기 쉽지만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이나 성추행 동영상 등에서도 보았듯이 조작의 가능성도 큽니다. 선거 UCC 역시 피상적 표피적 자극적으로 제작되고 작은 실수도 확대 과장하는 특성을 갖게 되리라고 봅니다.
▽김 위원장=UCC가 주도하는 영역이 주요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의 보도로 확대되면 선거문화의 감성화를 부추겨 걷잡을 수 없는 충격파를 던질 수도 있다고 예상됩니다. 언론으로서는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 위원=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나쁘거나 우스꽝스러운 내용은 피하는 대신 따뜻한 눈빛으로 접근하는 호의적 내용을 골라 균형감 있게 취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거보도의 인권 준칙을 만들어 본다면….
▽이 위원=선거 보도의 준칙에는 흑색선전이나 비방 폭로 내용을 인용할 때 반드시 취재원을 명시한다든지, 밝히지 못할 때는 독자가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겠지요. 지난 대선에서 ‘병풍’ 보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니 보도한 언론사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윤 위원=추상적인 표현의 선언적 수준을 벗어나 더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흑색선전이나 비방을 목적으로 폭로전을 벌여도 ‘일단 지나고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후속 보도를 통해 철저히 파헤치게 된다면 ‘끝나면 그만이 아니라 끝까지 추적된다’는 인식이 정착되지 않을까요.
▽최 위원=적어도 1주일 단위로 주요 선거 이슈와 각 매체의 보도내용을 검증하는 코너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요. 독자의 이해를 도우면서 언론 스스로도 반성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속도보다 진실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선거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인권침해 여부 등을 자체 점검하는 언론사 차원의 기구를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