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문가 모셔라” 삼고초려…朴 “패배주의 버리자” 결단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1분


호떡 만들고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일 제주를 방문해 민속5일장터를 둘러보다 호떡가게에서 호떡을 만들어 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호떡 만들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일 제주를 방문해 민속5일장터를 둘러보다 호떡가게에서 호떡을 만들어 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尹하사 조문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尹하사 조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한반도 대운하’ ‘열차페리’ ‘연 7% 경제성장’…. 대선주자들이 국가운영의 비전을 담아 선보이는 정책공약 대결이 갈수록 뜨겁다. 이들이 내놓는 정책들은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 국정의 골간이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각 대선주자 캠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대선주자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봤다.》

외교안보정책 신중 또 신중

李 “전문가 모셔라” 삼고초려

지난해 12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정책팀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정치계와의 ‘차별화’를 위해 경제정책에 주력하던 이 전 시장에게 어울리는 외교안보정책을 만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정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주도적으로 만들 ‘팀’이 마땅치 않았다. 캠프 내부에서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탁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자 이 전 시장은 “가서 무조건 굽혀라. 그리고 반드시 모셔 오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이 최근 발표한 외교안보정책 ‘MB독트린’은 현 교수의 뒷받침으로 나온 작품이다.

올해 1월 캠프에서 ‘7%대 성장으로 4만 달러 국민소득 시대를 열어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747 경제정책’ 틀을 만들었다. 그러나 캠프를 돕는 일부 경제학자가 특정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발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전 시장은 캠프 내에 논쟁을 붙였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태스크포스’를 적극 활용하라=이 전 시장 캠프는 300여 명의 자문위원과 교수단 풀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문별 정책을 만든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 전 시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제정책연구원(GSI)이 주도했다. 2월 발표한 보육정책은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은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이소연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등이 참여해 만들었다.

이 전 시장이 방향을 정해 주면 TF가 꾸려지고, TF는 ‘정책안’을 내놓는 순서로 캠프의 정책 만들기가 진행된다. 이 안을 놓고 캠프 내 공보 홍보팀과 논의한 뒤 이 전 시장이 참여하는 최종 검토회의를 거친다. 결정은 이 전 시장의 몫이다. 검토회의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OK’할 때까지 계속된다. MB독트린은 18차례, 보육정책은 10차례 검토회의를 거쳤다.

▽누가 뛰고 있나=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유우익 서울대 교수, 강만수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등 3명이 이 전 시장 정책의 ‘3두 마차’다. 여기에 GSI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곽 교수와 바른정책연구원 정책실장인 강명헌 단국대 교수가 사안별로 TF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외교안보의 경우 김우상 한석희 연세대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남주홍 경기대 교수,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곽 교수와 강명헌 교수를 비롯해 유장희 이화여대 부총장,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 강광하 문우식 서울대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안석교 한양대 교수,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 박성훈 고려대 교수, 임채성 건국대 교수 등이 관여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7% 성장률’ 일부서 주저하자

朴 “패배주의 버립시다” 결단

1월 말 서울 시내 모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경제자문단 10여 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아무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도 7%는 도저히 어렵습니다.”(A 교수)

“5%에 플러스 알파 정도로 해서 6%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B 교수)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박 전 대표 측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이른바 ‘근혜노믹스’의 핵심 부분인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정하는 모임이었기 때문. 지난해 12월 초부터 20여 차례의 토론이 있었지만 워낙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박 전 대표가 입을 열었다. “불가능하다는 건 패배주의입니다. 지도자가 사심을 버리고 국민의 에너지를 결집하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이 가능합니다. 왜 안 됩니까.”

연간 5% 잠재성장률에 2%가 더해진 7%의 경제성장률 공약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2%는 ‘지도자의 몫’이라는 사후 설명도 박 전 대표의 이런 강한 의지 때문에 나오게 됐다.

박 전 대표가 1월 22일 발표한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 ‘산업단지 회생 프로젝트’는 1년여 의 산고를 겪었다. 이 프로젝트는 캠프의 최경환 의원이 당 정책조정위원장을 지내며 첫 아이디어를 냈고, 7, 8명의 팀을 꾸려 보고서를 만든 뒤 마지막에 박 전 대표도 참석한 경제자문단 회의에서 걸러 최종 공약으로 확정됐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주요 공약들은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의 ‘게이트키핑’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중간 회의에도 참석하지만 최종 회의에는 반드시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다.

다만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열차 페리 구상은 오랫동안 박 전 대표의 자문에 응해 온 인천대 C 교수가 지난해 말 개인적으로 제안했고, 박 전 대표가 참모들에게 연구 확대를 지시해 성안된 케이스.

박 전 대표의 자문그룹은 10여 개다. 외교 안보 복지 여성 교육 과학기술 지역개발 등 분야별로 만들어진 그룹과 자발적으로 꾸려진 ‘종합팀’ 성격의 7, 8개로 이뤄져 있다. 그룹 대표들은 적어도 매주 한 번 이상 전체 회동을 해 각 그룹의 정책 연구물을 취합 조율한 뒤 박 전 대표에게 보고서를 올린다. 사안에 따라 특정 그룹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기도 한다.

경제자문은 김영세(연세대) 차동세(경희대) 김광두(서강대) 방석현 표학길(이상 서울대) 교수 등이, 외교안보 자문은 공로명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이상우 한림대 총장, 이재춘 전 주러시아 대사 등이, 과학기술자문은 서상기 의원과 김기형, 박긍식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상천(영남대), 박용태(서울대) 교수 등이 이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孫 민심대장정 메모 토대로 기본 구상

鄭 공개적 정책토론회 열어 최종 결정

金 핵심 참모 30여명 토론 거쳐 구체화

▽손학규=손 전 경기지사의 정책은 1차로 손 전 지사가 낸 아이디어를 캠프의 정책팀과 외부 자문단이 검토해 발전시킨 뒤 손 전 지사와 다시 의견을 조율해 완성한 경우가 많다.

일자리 교육 노후 주거 등 ‘4대 민생 불안’ 해결 정책이 대표적. 지난해 10월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친 손 전 지사가 대장정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메모를 토대로 기본 구상을 내놨고, 외부 자문단과 정책팀이 이를 구체화했다.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경영 전략’의 경우는 싱크탱크라고 할 ‘동아시아미래재단’ 멤버들과 토론을 거쳐 만들어 낸 것. 캠프 관계자는 “대북 정책은 손 전 지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책 형성을 주도하고 자문단이 조언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남상우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김영수 서강대 교수, 김학성 충남대 교수, 정종욱 서울대 초빙교수 등이 ‘브레인’ 역할을 했다.

부동산이나 교육 및 경제 정책은 김태승 전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양정식 부산동의대 교수, 조중래 명지대 교수 등이 초안을 만든 뒤 손 전 지사와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형식으로 성안하고 있다.

▽정동영=정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주요 정책은 그의 계보 의원실에 있는 전현직 보좌관 15명 안팎으로 이뤄진 정책팀이 초안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는 김관옥 계명대 교수가 실무 총괄을 맡고 있다. 이 초안을 놓고 정 전 의장이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토론을 거쳐 최종 정책을 마련한다. 필요하다면 정책토론회를 공개적으로 열기도 한다.

정 전 의장 측이 최근 준비하고 있는 학제 개편 등의 교육정책 개혁안도 올해 두 번의 정책토론회를 거쳤다. 이 정책토론회에는 정 전 의장과 가까운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근태=김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주요 정책은 핵심 참모그룹의 토론으로 만들어진다.

김 전 의장이 당 의장 시절에 추진한 사회적 대타협을 바탕으로 한 ‘뉴딜’ 정책도 싱크탱크인 한반도재단 정책연구실의 조우현 숭실대 교수와 외부의 정승일 국민대 교수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었다. 이후 김 전 의장 계보의 핵심의원인 이목희 우원식 이인영 최규성 이기우 의원 등의 토론을 거쳐 김 전 의장이 최종 결정했다.

김 전 의장과 가까운 열린우리당 재야파 의원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 보좌진 그룹도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한다. 3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은 각계 의견을 종합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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