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국이 공식 양자회담을 여는 것은 2002년 10월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까지 염두에 두고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평화구도에 미칠 영향이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벌써 ‘한반도의 봄’을 점치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을 정도다.
그제 김 부상을 먼저 만나 북-미 회담 상황을 사전 점검한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측이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할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고,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미국도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양측 모두 협상을 통해 북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미국의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철회-양국 관계 정상화’의 매듭을 지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이번 뉴욕회담이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전기(轉機)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마냥 박수만 보낼 수 있겠는가. 협상 진행 과정을 보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노무현 정부와 임기 말 외교성과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부시 정부는 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 됐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도 부시 정부가 이라크전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북한 핵을 ‘묵인’하기로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이 원칙에서 한 발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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