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조사국 ‘北 범죄활동’ 보고서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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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르면 다음 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자금 2400만 달러 중 800만∼1200만 달러의 동결 해제를 권고할 것이라고 AP통신이 2일 미 재무부와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 초기이행조치 합의 도출에 관건이 돼온 BDA 계좌문제가 결국 이렇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약과 위조지폐, 가짜담배 등 북한의 다른 불법 행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라파엘 펄, 딕 낸토 연구원이 2·13합의 이후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처할 미국의 정책 방향을 최신 보고서에 담았다. ‘북한의 범죄활동(North Korean Crime-for-Profit Activities)’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최근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 북한 범죄활동의 규모와 추세

보고서는 그동안 알려진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과 각종 보고서 및 언론 보도를 종합해 북한이 △마약 △위조지폐 △가짜담배 △의약품 △보험사기 등 광범위한 범죄활동에 연루됐다고 지적했다.

범죄활동을 통한 북한의 연간 수입은 5억∼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005년 북한의 무역적자는 18억 달러. 식량 지원과 해외 원조금을 감안해도 재일교포 송금마저 끊긴 상황에서 10억 달러가량의 ‘빈 부분’은 불법 자금으로 충당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위험도가 큰 마약 밀거래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적으면서 수지가 맞는 가짜담배와 의약품의 대량생산에 치중해 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나아가 일부 범죄활동에 중국의 범죄조직(삼합회 등)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상품 위조나 저작권 침해 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있지만 북한의 특별한 점은 국가 차원의 (개입 혹은) 지원이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 활동 수입원이 대량살상무기 획득을 위한 자금으로 이용되고 있는지가 이 문제의 핵심 이슈”라고 강조했다.

○ 미국의 정책 대안과 회의론

미국은 법 집행 차원과 외교 차원이라는, 상당 부분 겹치지만 초점이 다른 ‘투 트랙’ 정책으로 북한의 범죄활동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각각 범죄행위 제재와 협상을 통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두 활동의 방향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 만큼 행정부를 감시하는 의회가 두 정책 사이의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2·13합의로 조만간 이뤄질 북-미 간 관계정상화 협상에서 북한이 합법 활동으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대북 식량 및 에너지 지원 △최혜국대우 부여 △개성공단 생산품의 자유무역협정(FTA) 포함을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북한이 과연 범죄활동을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표시했다. 과거 북한 정권이 통제해 오던 범죄활동이 최근 ‘고삐 풀린 기차(runaway train)’가 되어 정권으로서도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보고서는 ‘범죄행위가 제도화되어 불법 수입원에 중독된 북한이 과연 불법 자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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