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2일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나는 북한이 HEU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장비들을 구입했다는 정보를 본 적이 있다. 몇몇 나라도 마찬가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힐 차관보는 “우리는 북한이 독일로부터 알루미늄 튜브를 사려고 시도했던 것을 안다”며 “실제 북한은 다른 곳에서 알루미늄 튜브들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튜브는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들여온 원심분리기에 들어맞는 것들이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서 알루미늄 튜브 150t을 수입했다.
13, 14일 방북하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북한 이재선 원자력총국장을 상대로 북한이 도입한 원심분리기와 알루미늄 튜브의 존재 및 용처를 문의하고 이에 대한 검증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2·13합의(북핵 폐기에 관한 2005년 9·19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조치에 관한 합의)에 따르면 HEU 프로그램도 IAEA 신고 대상이다.
만약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고 계속 원심분리기 등의 도입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경우 6자회담은 다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장비 도입을 시인하더라도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방북 후 본격 사찰에 나서게 될 IAEA 기술진에 그 장비가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해 분명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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