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상부 기관에 잘 보이고 출신 성분이 좋으면 쉽게 최고책임자 등 간부로 승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만큼 경영을 잘해 직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을 관리 감독하는 당국으로서도 기업의 지배인이 근로자들의 불만을 없애 주면 체제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묵인하고 있다.
북한 주민 최성호 씨는 3일 “요즘은 배급이나 명절 공급물자를 제대로 못 주는 지배인은 무능력자로 취급되며 승진도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 주민들에게는 부부가 맞벌이 장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일부 주민은 직장에 매달 북한 돈 1만 원(약 3.3달러) 정도의 돈을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장사하는 것을 암암리에 허락받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이것도 여의치 않다. 너도나도 직장에 출근하지 않으면 직장 간부들이 처벌받기 때문.
따라서 출근할 바에는 배급이라도 많이 주는 직장에 가고 싶어 한다. 배급이 적거나 없는 지방 중소기업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
국가의 식량 배급이 없는 상황에서 지배인이 직원을 먹여 살리려면 경영을 잘해야 한다. 7·1 조치 이후 경영활동 자율화가 어느 정도 보장되면서 여건도 갖춰졌다. 생산 물자를 국내나 중국에 팔아 식량을 사오는 것이 이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종업원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도 처벌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고 장사할 기회를 주는 지배인이 인기도 높다. 국가의 배급이 줄거나 없어지면서 생긴 변화다. 지방 기업 지배인의 경영 능력이 곧 출세로 연결되고 충성심도 높은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면 좀 더 큰 기업의 책임자로 발탁되거나 지방 행정기관의 고위직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이런 변화 때문에 외화벌이로 돈을 번 사람들이 형편이 어려운 기업에 투자해 지배인이 되려고 하는 새로운 현상도 생기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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