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6년만에 中대사관 방문…대미협상에 도움 요청한듯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4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류샤오밍 중국대사(왼쪽) 부부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방문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중국 측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사진 출처 주북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4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류샤오밍 중국대사(왼쪽) 부부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방문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중국 측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사진 출처 주북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북한 김정일(65) 국방위원장이 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6년 만에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전격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복원하고 양국의 동맹관계가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2000년 3월과 2001년 7월 이후 세 번째다.

중국은 5일 ‘중화인민공화국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사관’ 홈페이지(kp.china-embassy.org/chn/)에서 김 위원장의 대사관 방문 사실을 머리소식으로 소개했다. 류샤오밍(劉曉明·51) 대사와의 담소 장면 등 관련 사진도 6장이나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새벽 “류 대사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위안샤오제(元宵節·대보름)를 맞은 중국 정부와 인민에게 축하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 등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표결에 중국이 찬성해 북-중 관계가 한때 경색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은 양국관계가 지난해 7월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동안 북한에 대한 투자를 일절 하지 않았다. 또 단둥(丹東) 지역 등 국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일부 은행의 대북송금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6자회담에서 ‘2·13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이 취한 중재 노력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한석희 교수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와 북-미관계 정상화 및 현재 진행 중인 대미관계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화해 줄 것을 (김 위원장이)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중국대사관 방문에는 강석주(68) 외무성 제1부상과 김영일(62) 부상 등 대미외교 라인도 참석했다. 김 부상은 2003년 1차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다.

이 밖에 김기남(81) 노동당비서, 이용철(79)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현철해(73)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황병서(58)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최부일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당·정·군 실세들도 대거 동행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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