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靑비서실장 동반교체…‘실무내각+친위비서실’ 밑그림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임무교대?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한 전 부총리는 이날 퇴임한 지 7개월여 만에 한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임무교대?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한 전 부총리는 이날 퇴임한 지 7개월여 만에 한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두 축은 내각과 대통령비서실이다.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와 청와대 참모들의 수장인 대통령비서실장의 동반 교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런 상징성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개편 구상은 ‘행정 실무 내각+친위(親衛) 비서실’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선 방향이 그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색 뺀 ‘행정 내각’=임기 말 내각은 정치색을 뺀 ‘행정 내각’으로 가닥이 잡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매체들과의 회견에서 “지금은 정치적 내각보다는 행정적, 실무적 내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5일 새 총리 인선에 대해 “아직 결정 난 게 없다”고 했으나 경제 관료 출신인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내에서 한덕수 총리 카드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행정·실무형 인선’ 기조에 맞고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구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전념할 때 내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시 후속 대책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덕수 총리 카드에 많이 기울어진 상태다”라고 말했다.

총리 후보로 거론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과 전윤철 감사원장은 교체 후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반론이 막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친위 비서실’=임기 말 대통령비서실이 ‘친위 비서실’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력한 후보들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새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유력시되는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왕수석’으로 불릴 만큼 공인된 최측근 인사다. 그래서 임기 말 노 대통령을 보좌하고 참모들을 관리하기에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 전 수석은 임기 말 비서실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김병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과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정책 자문교사’를 자임할 정도로 현 정부 정책의 흐름을 꿰고 있고, 신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대통령비서실의 ‘친위’ 성격 강화는 민감한 대선 정국과 노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후속 비서실 개편은?=문 전 수석이 비서실장에 기용될 경우 청와대 참모들의 후속 교체 여부도 관심이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아직 거기까지 진도는 안 나갔다”고 했지만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와 관련해 문 전 수석이 ‘부산파’의 좌장격이어서 일부 ‘부산파’ 참모들의 퇴진설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인 안희정 씨의 국정상황실장 발탁설이 돌고 있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첫 여성총리 10개월 뭘 남겼나

지난해 4월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임명된 한명숙 국무총리가 10개월여 만인 7일 정치 일선으로 복귀한다.

한 총리는 취임 초 ‘얼굴 마담’이란 비판도 받았으나 지난해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거취 문제, 인터넷 로또 발행 취소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선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정치적 행보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논란 부른 사안 정리=한 총리가 국정 조율자의 면모를 보인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김 부총리가 표절 문제로 사퇴 압력을 받게 되자 한 총리는 “정치적 논란 해소를 위해 총리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해임 건의안을 행사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 직후 김 부총리는 자진 사퇴했고, 정치적 논쟁도 사라졌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도입할 예정이었던 인터넷 로또 사업이 철회된 것도 한 총리 때문이었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이 만연해 사회 문제가 됐음에도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가 인터넷 로또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 하자 한 총리는 “정부가 어떻게 사행성 게임을 도입할 수 있느냐”며 이를 그만두도록 지시했다.

한 총리는 또 지난해 북한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안보 불안이 높아졌을 때는 ‘서해교전’ 부대인 해군 2함대, 한미연합사령부, 재향군인회 등을 찾기도 했다.

▽정치인 총리의 한계=그는 ‘민생총리’를 표방했지만 실제론 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 값 폭등에 대해선 정부 정책의 실패를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이를 바로잡는 노력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적 행보가 논란이 됐다. 1월 말 노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제안 후 한 총리는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을 설치해 직접 ‘총대’를 멨다.

또 지난달에는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전남 무안을 방문하고 목포공항 주변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야당으로부터 “선거용 선심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는 경기도의 ‘하이닉스반도체’ ‘신세계 첼시 유통단지’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비교돼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

한편 한 총리는 2일 각계 인사 1000여 명에게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생각하며 일하겠다’는 내용의 고별 편지를 보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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