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의 병풍(兵風) 주역이던 김대업(사진) 씨가 격분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와 정두언 의원의 잇따른 발언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캠프와 정 의원은 이 전 시장의 검증을 주도한 김유찬 씨에 대해 최근 “제2의 김대업” “김대업식 수법·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5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그들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는데, 왜 건드리느냐. 나를 우습게 봤기 때문에 건드리는 것 아니냐”며 이 전 시장과 정 의원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명박 캠프와 정두언 씨가 날 걸고들기 전까지 내가 이 시장과 정두언 씨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죠. ‘제2의 김대업’이니 ‘김대업식 정치공작’이니 하며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리는 겁니까. 이게 바로 정치공세 아닙니까.”
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나 하나 죽으면 된다’는 것”이라며 이 전 시장과 정 의원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갔다.
“이명박 캠프와 정두언 씨가 내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한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줄 겁니다. 장수가 부하를 잘못 두면 전쟁에서 지는 법입니다. 이 시장은 정두언 씨 같은 부하를 둔 죄로 ‘큰 벽’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두언 씨를 심복으로 둔 게 얼마나 마이너스가 되는지 한번 겪어보라고 해요.”
“이명박, 국민 그만 농락해라”
김 씨는 ‘큰 벽’의 일례로 이 전 시장의 병역면제 의혹을 들었다. 그는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안 난다”고 운을 뗀 뒤 이 전 시장 측이 병역 면제와 관련해 해명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시장은 ‘기관지확장증’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고, 작년 12월 국립암센터에서 검사를 했을 때 그 흔적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건 옛날엔 그 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단 얘기죠. 그런데 ‘기관지확장증’에 대해 의사에게 물어보세요. 그건 완치되는 병이 아닙니다. 또 그 병이 있으면 절대 중동에 갈 수 없어요.”
김 씨는 ‘기관지확장증’에 대해 “그 병에 걸릴 경우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증상이 ‘호흡곤란’이다.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또 기관지가 확장될 경우 객담과 고름이 고이고, 세균이 번식을 많이 해서 합병증 같은 것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과 1960년대 의학 수준을 비교하며 이 전 시장 측의 해명을 반박하기도 했다.
“요즘 의학은 예방의학이 주죠. 병을 사전에 알고 방지하는 거죠. 60년대에는 예방의학이 없었습니다. 증세가 나타나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의학이었어요. 이 시장이 1964년에 ‘기관지확장증’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당시에 그 병에 걸렸다면 지금 이 시장은 송장이 돼 있어야 해요. 더구나 이 시장은 ‘병을 치료했다’는 게 아니라 ‘그 병이 자연 치유됐다’고 합니다. 이건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병은 감기 앓듯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이 아니거든요.”
그는 “보통 사람들은 ‘기관지확장증’에 대해 잘 모른다. 그 점을 이용해 (이 전 시장 측이) 사람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난 병무 비리에 대해선 독보적인 존재라고 자부하는 전문가인 만큼 잘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완치라는 게 어떤 걸 말하느냐”고 반문한 뒤 “증상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관지 상태가 안 좋고 늘 목이 쉰 듯한 소리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신동아 2월호에서도 “1965년에 지정병원인 포항영남병원에서 정밀 촬영한 결과 ‘기관지확장증 고도, 폐활동 결핵 경도’가 나타나 내과 군의관과 판정관이 병종(징집면제) 판정을 했다”며 이 전 시장의 병역 면제 의혹을 일축했다. (해명 전문은 아래 참조)
“비양심적인 사람이 대통령 돼선 안 된다”
김 씨는 이 전 시장의 ‘재검’과 관련해서도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 전 시장은 자원해서 군에 갔고 2년여에 걸쳐 재검을 받은 결과 면제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병역법에 ‘재검을 2년 받는다’는 사항은 없습니다. 더구나 재검을 받으려면 ‘7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 증거를 제시해보라고 하세요.”
그는 이 전 시장 측이 들고 나올 반박도 차단했다.
“치료 받은 병원이 오랜 세월이 지나 없어졌다느니 그런 헛소리하면 이 시장은 정말 끝입니다. 그건 진짜 국민을 사기 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이명박 캠프와 정두언 씨가 나서서 해명한 부분과 관련해 전문가가 봤을 때 모순 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그들은 자기들의 해명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하는 데 대해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기에게 불리한 면은 피하려고 한다면 그건 비양심적인 행동입니다. 비양심적인 사람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국민을 얼마나 농락하겠습니까.”
“이명박, 떳떳하다면 내게 검증 받아라”
김 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 전 시장 캠프에 공개적인 토론을 하자고 요구했다.
“이명박 캠프 관계자, 아니 정두언 씨면 딱 좋겠네요. 그 사람과 내가 일대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전 시장 병역 의혹과 관련해 토론을 했으면 합니다. 그들은 분명 제 말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국민을 농락하는 거예요. 떳떳하다면 나한테 검증을 받으라고 해요. 못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나한테 검증 받으면 확실하잖습니까. 그러면 국민 지지도도 더 높아질 테고….”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병역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시장 측이 신동아 2월호에서 해명한 내용 전문
이명박 전 시장은 1965년 이 전 시장은 활동성 폐결핵과 기관지확장증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이 해 그는 현대건설에 공채로 입사한다. 이 전 시장의 병무청 기록은 ‘1961년 갑종(현역입영대상)-63년 입영 후 귀가(질병), 64년 징병처분미필(無故), 65년 병종 제2국민역(활동성 폐결핵, 기관지확장증)’이라고 돼 있다. 이 전 시장 캠프는 최근 검사 출신인 김준선·오세경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네거티브 선전 방어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군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다음은 이 전 시장 측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1963년 8월15일 자원입대해 논산훈련소에 입소했으나 다음날 신체검사에서 고도의 기관지확장증과 축농증이 발견돼 귀가조치됐다. 1964년 재검에서 다시 질병이 발견돼 ‘다음해 다시 재검을 받으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1965년 3월29~30일 흥해국민학교에서 실시된 재검 때 보건소에서 촬영한 X-레이에서 이상이 발견돼 지정병원인 포항영남병원에서 정밀 촬영한 결과 ‘기관지확장증 고도, 폐활동 결핵 경도’가 나타나 내과 군의관과 판정관이 병종(징집면제) 판정을 했다.
1964년 상반기 지정기일에 재신체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같은 해 하반기 재검에 응했다. 상반기 재검에 응하지 않은 것은 1963년 말 고려대 학생회장에 당선되면서 1964년부터 학생회를 주도했고 당시 최대 이슈였던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운동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1964년 6월 구속됐다 10월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뒤 같은 해 하반기 재검에 응했다. 병역기피 의도는 없었다.
이 전 시장이 2006년 1월16일 국립암센터에서 흉부 X-레이 및 CT를 촬영한 결과 좌우측 폐에 기관지확장증 및 폐결핵을 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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