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李전총리 방북때 ‘北비핵화 조치’ 확인뒤 공개說
③ 美라이스 국무 방북 등 관계 정상화땐 연내 회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2·13합의 이후 북한과 미국 간에 관계 정상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에 맞춰 남북관계의 복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일 때는 미국을 의식해 부담스러워하던 남북 정상회담을 정부가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제기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7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력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올 초부터 물 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심도 있게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 업무를 맡은 정부의 한 기관에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팀이 만들어져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 팀의 구성원들이 최근 북한 국경과 가까운 중국 선양(瀋陽) 단둥(丹東) 등에 가서 북한 측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측은 “그런 일 없다. 금시초문이다”라고 부인했다.
이 같은 설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현재로는 추측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것에 비춰볼 때 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막후에서 이를 성사시키는 책임자 역할을 맡을 만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번에 이 전 총리와 함께 방북하는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방북 준비를 하면서 국가정보원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대표적인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리가 이번에 북한 측으로부터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뒤 이를 공개해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추측이지만 개연성 자체를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내엔 북한이 2·13합의에 따라 4월 13일까지 핵 시설 폐쇄(shutdown) 등의 조치를 이행할 경우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4월 말 6자회담 참가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곧 바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논의할 포럼이 발족하면 자연스럽게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평화체제 문제 등을 논의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추진할 경우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이 전 총리의 방북이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그의 북행을 예사롭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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