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일 없다지만…이해찬 前총리 미묘한 시기 방북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7일 방북 길에 나서며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방문의 주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담을 예정으로 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면담을 요청할 계획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방북 배경과 목적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문다.
그는 이번 주에 가까운 의원 4, 5명과 함께 휴식 겸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도 동행하기로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정이 3일 갑자기 취소됐고, 방북단이 급히 꾸려졌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북측과의 대화 채널이 가동되다가 갑자기 방북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핵심은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느냐다. 이 전 총리가 청와대 측과 정상회담에 관한 사전 교감을 갖고 방북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 측근 의원은 “당연히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나서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어려우니 당 쪽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대북 비밀접촉 역할을 했다고 보도한 안 씨는 이 전 총리의 방북에 대해 “청와대 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리가 노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션’을 갖고 방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총리의 방북 자격도 민감한 대목이다. 이 전 총리 측은 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특사 자격이 아니라면 이 전 총리가 북측과 ‘모종의 합의’를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한다.
어쨌든 열린우리당 주변에선 그가 정상회담의 주춧돌을 마련해 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많다.
김혁규 의원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를 잘 아는 한 의원은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권력 핵심부의 기류를 살피고 올 것이다. 국회 차원의 분위기를 조성한 뒤 정부 차원의 준비가 이뤄지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소신이라지만…장영달 “한나라 집권땐 전쟁우려”
한나라당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제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한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장 원내대표는 이날 본보 기자에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미국 방문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말고는 모든 걸 바꾸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의 일부 핵심 지지층은 군사 우위를 통한 군사적 제압을 바라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지도자와 중요 지지층의 성향이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난해 북한 핵실험 때도 ‘비상수단’을 취해야 한다며 사실상 군사적 제압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군사적으로 남북 관계를 해결하려 하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상종할 수 없다’는 일부 중요 지지층이 있는 한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생각하는 ‘전쟁 우려’ 주장의 근거들이다.
그러나 이는 공당의 원내대표가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경쟁할 당을 상대로 한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훈 한나라당 정보위원장은 “자신들은 평화세력이고 한나라당은 전쟁불사 세력이라는 이분법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한다”며 “북한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정말 한반도에 큰일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호응한다면 전쟁 불안감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북한은 올 초부터 관영매체 등을 통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며 한나라당 집권 반대 성명을 쏟아 냈다. 이로 인해 북한의 내정간섭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내정간섭 중단을 촉구하는 등 몇 차례 유감을 표명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