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동교동 자택에서 지난 7일 퇴임한 한명숙 전 총리의 퇴임인사를 겸한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지금 범여권이 많이 흩어져 있는데 선거가 있어 중요한 시기"라며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한 전 총리가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50년대부터 양당체제를 지지했다"며 "흩어진 힘을 한데 모으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13 베이징(北京) 6자회담 합의에 대해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맺어 기쁘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한 전 총리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이어 "평화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다른 선택이 없어 평화를 위해 개방할 것이고, 미국도 북핵문제를 평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한 전 총리는 이날 예상 밖으로 김 전 대통령의 환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면담은 당초 정오 전에 끝날 계획이었지만 김 전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오찬을 제안, 식사 후 티타임까지 포함해 무려 3시간 가까운 면담이 이어졌던 것.
이는 한 전 총리가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민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고 국민의 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맡는 등 개인적 인연 외에 무난한 총리직 수행으로 대선후보의 반열에 오른 한 전 총리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격려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 전 총리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정계입문의 길을 터준 분이고 존경하는 어른으로서 퇴임인사를 드리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범여권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힘을 모으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화답하면서 적극적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범여권의 흩어진 힘을 어떻게 모을지에 관심이 있다.
당분간 구상을 하면서 역할을 모색하겠다"며 재충전을 겸한 정국 구상의 시간을 취한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뜻임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대선주자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선주자로서 첫 행보가 국가 원로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무척 실망스럽다"며 "민생정치가 아닌 기생정치로는 결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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